난방비가 올랐다.
급격한 난방비 상승의 원인은 가스요금 인상이다. 뭐 전정권 탓이네 현 정부 탓이네 이런저런 말이 많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가스가격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오른 건 사실이다. 러시아는 유럽으로 연결된 파이프라인을 끊거나 물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전쟁 전부터 에너지를 무기화했었고, 유럽은 전쟁 이후 러시아 제재를 위해 수입량을 줄이고 다른 지역, 특히 미국 등으로부터 가스 수입 물량을 늘리고 있다. 결국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수급의 구조적 변화는 가격을 큰 폭으로 상승시켰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게 무기와 돈을 대면서 적성국의 전력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깎아내고 있으며, 유럽에는 가스와 석유제품을 수출하여 에너지 기업들이 역대 최고 수준의 이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결국 전쟁의 가장 큰 수혜자는 미국이다.
또한 미국은 코로나 기간 중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에서 촉발된 인플레이션을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대응하면서 달러 가치를 높여 전 세계로 인플레이션을 수출했다. 달러 가치 상승은 미국의 수입 물가를 떨어뜨려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완화한다. 하지만 수출입 의존도가 큰 다른 나라들은 자국 화폐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수입물가가 상승하여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다. 그런 와중에 안보를 이유로 IRA를 통해 자국으로 첨단 공장들을 흡수하고 있으니 진정한 깡패 국가는 미국을 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든 내가 사는 곳은 한국이니 우리나라의 경제 사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시점에 OECD 국가들 중 가장 암울한 두 나라 중 하나가 우리나라다. 영국은 브렉시트라는 명확한 원인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원인이 좀 더 복합적이다. 먼저 노골적으로 중국을 적대하는 외교정책 덕분에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치솟고 있다. 물론 교역구조의 변화에 원인이 있겠지만 하필 정권교체 후 대중 외교정책의 변화와 적자가 시작된 시점이 맞물린 건 중국의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주요 기업들 대부분이 정부통제 하에 있는 중국은 만만한 우리나라로부터 수입량을 줄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줄 듯 말 듯 밀당 없이 동네방네 떠들며 선을 그어버린 상대는 잘해줄 가치가 없다. 그건 인터넷에 연애상담하는 모쏠들도 안다.
또한 가계부채 규모가 큰 우리나라는 인플레이션에도 적극적인 금리인상을 하기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없으니 물가는 오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오를 예정이다. 물가가 오르면 가처분 소득이 줄고, 소비가 줄면서 경제성장률은 낮아진다. 결국 살림살이는 힘들어질 것이다. 이 상황에 출산율은 전 세계 최저치를 찍고 있고 인구도 줄어들기 시작했으니 희망을 갖기 쉽지 않다.
하지만 희망을 갖자. 다음 주에 피지컬 100 마지막 회가 나온다. 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