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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비군 Mar 25. 2023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1


딱히 오래 살고 싶은 욕구는 없지만 그래도 죽기 전에 꼭 확인하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는 인류가 현재의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다.


뉴스를 비롯한 여러 미디어를 접하다 보면 정말 지구가 곧 망할 것처럼 떠들어댄다. 인류 역사에서 종말론의 역사는 뿌리 깊다. 지금이야 기후위기가 가장 핫한 주제이지만 수십 년 전에는 석유 고갈 위기가 유행이었고, 비슷한 주제로 자원고갈론도 한동안 널리 회자되었다. 20세기말에는 Y2K가 있었고, 그즈음 세기말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여러 종교단체가 다양한 버전의 인류종말론을 폈다.


냉전 기간 수소폭탄이 개발된 1960~1980년대는 핵전쟁과 그로 인한 핵겨울 스토리가 유행이었고, 그 후에는 에이즈와 사스로 인한 전 세계적인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인구폭발 등 정말 많은 종류의 위기론이 번갈아가며 미디어를 휩쓸었다.


물론 지금의 기후위기는 인류의 실존적인 위협이며 심각한 상황인 것도 맞다. 유엔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와 연구기관들이 반복적으로 그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다. 과연 인류는 어떻게 될까? 정말 205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들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기술적 도약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전문가도 아닌 보통사람 수준의 식견을 갖춘 내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몇 가지 사실을 직시함으로써 미래를 예상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럼 우리의 생활을 기준으로 한 번 간단하게 살펴보자.


우리는 먹어야 산다. 80억 명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필요한 식량(가축이 먹는 작물 포함)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질소, 인, 황 등을 기반으로 한 비료가 필수다. 특히 질소가 중요하다. 질소는 암모니아를 이용한 질산염 비료를 통해 작물에 흡수된다. 1960년대의 녹색혁명은 합성 질소비료가 발명됨으로써 일어날 수 있었다. 암모니아는 그래서 80억 인구를 유지하는데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제품 중 하나다. 반도체 생산이 중단되고,  ChatGPT가 없어도 인류의 생존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암모니아 생산이 중단되면 당장 몇 개월 내에 수십억 명이 굶주리게 된다. 합성 비료가 없으면 작물 산출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 암모니아의 원료는 무엇일까? 암모니아는 대기에서 분리한 질소와 천연가스에서 분리한 수소가스를 이용한 하버-보쉬 프로세스를 통해 만든다. 결국 일 년에 약 2억 톤 가량 생산되는 암모니아를 위해서는 화석연료가 필수적이다. 또한 경작지에 뿌려진 비료는 일부만 식물에 흡수되고 나머지는 아산화질소의 형태로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데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300배 강력한 온실가스다.


경작을 위한 농기계는 대부분 디젤엔진을 사용하며 선박, 트럭 등을 통한 운송과 유통 과정에서도 화석연료를 소모한다. 어업도 마찬가지로 어업용 선박의 주 연료는 디젤이다. 그리고 단기간 내에 선박이나 트럭이 전부 전동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식량생산을 위한 인프라와 기술, 이에 기반한 산업 전반은 이처럼 화석연료가 필수적이다. 수십 년 동안 누적적으로 만들어진 산업기반이 신기술이 개발되었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변화하기는 어렵다. 매년 눈으로 기술적 진보를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들과는 다르게 촘촘하게 연결된 공급망과 대규모 생산시설, 경작지, 관개시설, 각종 인프라 등이 이미 수십 년간의 노하우를 통해 가장 효율적인 형태로 움직이고 있어 설사 새로운 기술이 있다고 해도 단번에 적용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 식량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으면서 대규모로 적용가능한 경제적인 기술 자체가 아직까지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물론 요즘 도시농업 등 수직으로 세운 건물에서 인공조명을 통한 토지 집약적인 작물 재배가 주목받고 있지만 그건 일부 작물에 한하여 가능한 기술로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6%를 차지하는 식량생산 분야(농축업, 어업 포함)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규모 있는 기술은 현재로서는 미흡하다. 물론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있는데 그것은 소(kg당 CO2 28kg 배출)보다는 돼지(kg당 CO2 12kg)를, 돼지보다는 닭(kg당 CO2 7kg)을 먹는 거다. 소가 배출하는 매탄을 줄일 뿐만 아니라 가축에게 먹이는 작물 생산을 줄임으로써 경작지를 줄이고(전체 경작지의 1/3이 가축을 위한 사료 생산에 쓰인다) 탄소 저장고인 숲 면적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점에서 인간이 현재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는 것은 기술 개발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다. 육류 소비를 줄이고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온실가스를 눈에 띄게 줄일 수 있는 방법임에도 실천이 어려운 이유다.


결론은 단기적으로 식량생산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큰 폭으로 줄이는 건 어렵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식량에 포함된 칼로리 생산을 위해서는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며, 광합성은 에너지 효율이 낮다. 보조적인 에너지를 투입해야 80억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칼로리를 생산해 낼 수 있다. 결국 투입과 산출의 문제다.


에너지와 산업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은 다음에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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