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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라톤 풀코스 준비하기

by 여비군

오는 10월 26일 일요일에 개최하는 춘천마라톤대회 풀코스를 준비 중이다.


꾸준히 러닝을 해오기는 했지만 작년에 처음으로 하프마라톤을 완주하기 전까지는 풀코스를 뛰는 건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다. 하지만 10월 3일 첫 마라톤 하프코스(라고 쓰고 하페라 읽는다. 첫 개최가 마지막 대회가 되어버린 국제국민마라톤 대회에 명복을...)를 완주한 후 나도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됐다.


두 시간 내 완주를 목표로 첫 하프대회를 준비하기를 3개월... 소위 말하는 대회뽕 때문인지 적당히 시원해진 가을 날씨 덕분인지, 나는 1시간 53분이라는 생각보다 좋은 기록으로 21km를 완주했다. 아마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대회에 출전하는 것, 꼭 아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뛰는 것, 끝내 피니시 라인까지 완주하는 것, 그리고 기록을 줄이는 것 등등 이렇게 달리기가 행복한 일이구나 하고 느낀 것이...


이후 작년에 한 번 더 하프대회를 출전하고, 올해는 4번의 하프마라톤과 한 번의 10Km 대회에 출전했다. 상반기에 새운 하프 기록은 1시간 43분이다. 그리고 이제 생애 처음으로 42.195km의 마라톤 완주를 준비하고 있다.


딱히 도파민 터질 일 없는 일상에서 첫 풀코스 마라톤대회 출전이 주는 부담과 설렘은 내게 주어진 거의 모든 시간을 지배하고 있다. 평일에는 새벽 5시에 눈을 뜨고 10K에서 길게는 18K까지 조깅을 하고 출근을 한다. 짬짬이 나는 여유시간은 최신 러닝화 검색, 러닝 커뮤니티 스크롤, ChatGPT나 Gemini와 훈련계획 짜기, 누적 월 마일리지와 VO2 Max 점검하기 등등 러닝과 마라톤에 대한 모든 것으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주말은 대회 출전, 20km 이상 LSD, 지속주 등 장거리 훈련, 그리고 근처 아웃렛과 데카트론 매장에서 러닝용품, 러닝화, 싱글렛, 쇼츠 등등을 고르는 쇼핑으로 채워진다.


대회에 신을 러닝화를 결정하기 위해 카본화의 반발력과 미드솔 소재에 따른 장단점을 논문을 찾아가며 비교하고 각종 유튜브와 인터넷 후기를 찾아본다. 이미 유튜브 알고리즘은 각종 러닝화 리뷰, 마라톤 훈련, 대회 후기 등등으로 채워진 지 오래다.


이제 대회는 3주도 채 남지 않았다. 준비가 충분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기록보다 완주가 목표인 첫 풀코스임을 감안하면 그렇게 부족했다고 볼 수도 없을 것 같다. 청명한 춘천의 가을하늘 아래서 나는 완주의 기쁨을 누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물론 그 과정이 눈물을 쏙 뺄 만큼 힘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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