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없는 것과 같은 나를 본다. 흔적만 남고, 사라지는 시간 속으로 떠밀린다는 생각이 치밀어 슬프다. 흔적은 상처로 나를 숨기고, 너를 그린다. 이미 의도된 모습이 아니고, 본연의 모습도 보여줄 수 없는 채로 멀어진다. 이렇게 미약한 흔적으로 남길 거부한다. 나를 알아주지 않아서 슬퍼할 이유는 없다. 참 다행으로 아프다. 사라질 의도로 나아간다.
너를 기억한다. 기억하는 장면이 다시없을 순간이 되었고, 이제는 너를 볼 수 없다. 아주 짧은 순간의 몰입이었고, 끝나지 않을 몰입이 되었다. 몰입은 열망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선택할 수 없다.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다가올 시간에 다시 사라지기를 기다린다.
사라지고 싶다. 너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나는 그대로일 것을 안다. 너와 부각될 나를 좋아하고 싶다. 사라진다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나란히 서고 싶다. 너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