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2015년에 개인전으로 글과 그 글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을 소개했다. 전시명 <너와 나 사이의 한마디 말>이 글의 제목이다.
노래를 듣는 것으로 시작된 이야기를 썼다. 오래전에 산 초록색 기타, 즐겨 듣던 음악, 밴드의 공연 장면, 등을 담았다. 몇 년에 걸쳐 나에게 일어난 일들 속에서 마주한 우연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연은 영화와 공연 포스터, 사진, 등의 이미지들을 누비며 나타났고, 글로 옮기자 반복되는 낱말이 되었다. 초록색, 오른쪽, 비둘기, 금요일, 감기약, 모두 다섯 가지 낱말을 고르고, 소제목으로 두어 이야기를 구성했다. 눈여겨본 순간들을 추적하여 작성한 짤막한 글들을 배열한 것이다.
글을 일부 미공개로 전시했다. 당시 글에 등장하는 밴드의 공연을 진행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 나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지 못했고, 전시에 초대할 수 없었던 점으로 미루어 반기지 않는다고 느낀다. 글에 밴드 이름을 적지 않았으나 드러날 수밖에 없는 우연이 있다. 풀지 못한 의문들과 더불어 전시로 꺼내놓을 이유를 찾지 못해 공개하지 않았다. 보고 싶은 밴드가 분명해서 다른 밴드를 보려고 공연장을 간 적이 없다. 주로 한 무대에 여러 밴드가 잇달아 오르는 공연을 봤는데, 그때 본 밴드의 보컬리스트를 초대했다. 전시 공간을 무대로 한 공연으로 악퉁의 <비밀>을 들었다. 아직 펼치지 않은 이야기 속 소중한 순간이 있던 날에 들었던 노래들 중 한 곡이다.
이야기의 전말을 말할 노랫말이 있다. 공연을 본 후에 감흥을 말하고 싶었던 적이 있는데, 혼자였다. 그날 비가 왔다. 공연을 비에 빗대어 썼고, 이후 노랫말로 다시 썼다. 기타를 배우고 있었는데, 노랫말에 관해 이야기하지 못한 채로 그만두었다. 노랫말이 노래가 될 때, 이야기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노래가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답할 수 없는 질문을 앞둔 셈이다.
대표작 <빨간색 그림>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작품들을 글로 엮고, <빨간색 그림> 연작으로 아우른다. 그림과 더불어 쓴 글 모두 사랑을 주제로 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듣고 싶은 말이 될 수 있도록 보고 싶은 생각을 써내려 가려고 한다. 소제목에 까만색을 추가하여 여섯 가지 부문으로 쓴다. 맨 처음 작성한 글, <너와 나 사이의 한마디 말>은 초록색에 포함한다.
지난 나날들을 낱낱이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하여 떠오르는 장면들 속에 소망을 담고자 한다. 또 숨은 단서들을 찾아 살펴본다. 그리고 수많은 의문들의 의미를 생각한다. 계속해서 고민해 나아갈 방법들을 준비하고, 꿈꾸는 바에 다가서고 싶다. 이렇게 순서대로 초록색은 과정, 오른쪽은 고민, 비둘기는 단서, 금요일은 장면, 감기약은 방법, 까만색은 환영으로 구분하여 사랑을 주제로 이야기해 나아간다.
나에게 우연이 연이은 까닭은 알고 싶은 마음을 좇았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스스로 했던 질문들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질문이자 답을 찾을 열쇠가 ‘사랑’이었고, 그 점에 주목한다. 사랑에 대해 함께 나눌 이야기를 찾아 시각화하고자 한다. 사랑에 대한 생각과 기억, 감정을 나누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앞으로 작품으로 사랑을 말하고 싶다. 마음을 데울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