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글이 막혀 딴짓으로 쓰는 오후의 글쓰기
부모로 산다는 게 이런 불안한 매일을 의미한다는 것일 줄이야.
오늘 오후 들은 한마디가 계속 맴돈다.
"엄마 수학 너무 싫어. 수학 학원 가기 싫어."
사실 늘상 듣던 말이었다. 수학을 제일 싫어하는 아이는 늘 수학을 버거워했다. 어릴 땐 그래도 제법 따라왔는데 고학년이 되어서는 매일매일 수학이 싫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하지만 덤덤하게 수학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자기해야 할 숙제를 꾸역꾸역 해가는 아이였다.
물론 꾸역꾸역 해가는 모습이 늘 좋진 않았다. 마음이 안좋은날도 왜 저리 안될까 싶어 답답해 했던 날도 있다고 고백해 본다.
하지만 오늘은 내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더 크게 다가오는걸까.
내년 3월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가장 불안한건 아이가 아닌 엄마인 나였다.
근 한달간을 중학교 내신을 위한 학원으로 바꿔야 하나 싶어 여기저기 학원을 알아보고 설명회를 다니고 레벨테스를 신청하며 잠을 설치던 날이 계속 되었다.
물론 아이와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었지만 부딪히는 의견들도 있어서 남편과 큰아이와 셋이 토론을 이루는 날들도 있었다.
사실 이번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수학이 힘들다고 할때마다 학원을 한번씩 바꿀때마다 알아보는 것부터 아이가 여기에 가면 잘할까 저기에 가면 잘할까 다른 아이들은 쭉쭉 진도만 잘 나가는것 같은데 우리아이는 왜 힘들어할까 싶은 마음이 결국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걸까 내가 아이들을 잘 못키우는걸까 자질이 없는 엄마일까 라는 마음이 드는 불안은 해결할수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그랬다. 내가 아니고 내가 할수 있는것이 아니고
그저 바라보고 함께 있어주고 그 옆을 인내하며 지켜보는 일.
부모가 이렇게 불안하고 힘든 일인줄 몰랐다.
아이들이 갓 태어나 갓난쟁이였을땐 잠을 못자고 밥을 못먹고 자의적인 시간이 없어 몸이 힘들었다고 한다면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마음이 힘들어진다. 그만큼 나의 인내심 테스트도 깊어진다.
가끔 아이가 없어 언제든 떠나고 언제든 무엇이든 할수 있는 사람들은 SNS에서 볼때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값진 시간을 알고 있기에 부럽다고 한마디 내뱉으면 그만일뿐이 된다.
더 큰 기쁨, 더 큰 사랑, 더 큰 인내.
아이를 키워봐야 어른이 된다는 어른들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되새기는 나날들의 연속이 육아인듯 하다.
오늘도 사춘기에 접어든 딸의 숙제하는 뒷모습을 보며
과일한접시 깎아 쓱 밀어주고, 딴짓하는 뒷통수를 발견하고는 버럭 나오는 소리를 한번 더 삼키고,
그저 바라보는 육아를 한다. 부모의 불안감은 아이는 모르게 내 속에 고이 접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