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부-2. 마음에게 말 걸기 1)

1) 어떻게 말을 걸지?

by 이명희

‘마음에게 말 걸기’ 저널은 대화 기법을 활용한다. ‘대화’ 기법은 자신이 두 대화자의 역할을 맡아 말 대신 글로 대화가 이루어지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프로고프Progoff 박사가 개발하여 거의 모든 저널 상황에서 쓰이고 있다. 사람, 사건과 상황, 일(업무), 몸, 사회, 감정과 느낌, 물건과 소유물, 잠재 인격과 상징, 저항과 방해 요소, 내면의 지혜 등과의 대화에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저널을 쓰다 보면 어디에서 왔는지도 알 수 없는 대답과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마음에게 말을 거는 이 저널 쓰기는 게슈탈트 상담에서 사용하는 ‘빈의자 기법(empty chair technique)’과 유사하다. ‘빈의자 기법’은 감정적 관계를 갖는 대상이 빈 의자에 앉아 있다고 상상하고 대화를 나누는 방법이다. 내담자는 빈 의자에 있는 상상 속 대상에게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이야기한다. 상담자는 이 상황에서 내담자가 체험하는 감정을 자각하도록 돕는다. 또한 역할을 바꿔 대화를 함으로써 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탐색하며 상대의 입장에서 공감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나는 빈의자 기법을 2006년 게슈탈트 집단상담에서 처음 경험했다. 집단리더는 집단원 9명이 둘러앉은 한가운데에 빈 의자를 갖다 놓았다. 빈 의자에 대고 중얼거리는 모습이 쑥스러워서 서로가 망설이고 있을 때, 한 집단원이 7살 어린아이인 자신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우리는 돌아가면서 그 의자 위에 있는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자신이 아픈 줄도 모르고 입을 앙다물고 살아왔던 불쌍한 자신에게 묻고 들으며 어루만졌다. 모노드라마 같은 민망한 대화가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었는데, 빈 의자에 앉아있는 또 다른 자신과 대화를 나누면서 감정을 자각하고 스스로 상처를 치유했다. 그날 집단상담에서 집단원 모두가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며 눈물을 쏟았다. 나도 빈의자에 앉아 있는 20대 나와 이야기하며 30여 분 동안 오장육보가 뒤집힐 듯 통곡했다. 한 번도 돌봐준 적 없던 감정을 만났고, 그 외로움이 서러워서 목이 잠기도록 울었다.


게스탈트 상담의 빈의자 기법에서처럼 이 저널은 자신의 마음을 먼저 어떤 대상으로 상상한다. 요즈음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떠올리며 이런 질문들을 던져 본다. 내 마음은 어떻게 생겼을까? 어디에 있을까? 무엇을 할까? 등등. 추상적 마음을 객관적 사물이나 상태로 비유하여 생각한다. 마음을 물질적 실체로 표현하면 자신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내면에 있는 마음을 구체적인 사물로 끄집어 내어 바라봄으로써 자신은 관찰자가 된다.


이 저널을 쓰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요즈음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를 성찰하는 시간을 1~2분 갖는다.

◦이런 마음을 비유할 만한 사물을 떠올린다.

◦그 사물을 자신의 마음이라 생각하고 말을 걸어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하다가 마음이 나에게, 또는 내가 마음에게 말하는 것으로 대화를 마친다.

◦느낌 쓰기로 마무리한다.


다음은 고등학교 1학년 아이들의 저널이다. 아이들의 공개동의를 얻은 소중한 저널이다.


<사례1> 내 마음 (장마)에게


내 마음 (장마)에게: 내가 왜 너를 장마라고 부르는 줄 알아?

나에게: 글쎄, 모르겠는데...

(장마)에게: 평소에는 힘든 것 참고 억울한 것 참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도 모르게 그 우울함들이 우르르 쏟아지니까 그런 거야. 게다가 꽤 오랫동안.

나에게: 그럼 어떻게 해? 고치기 어려워. 그런 건..

(장마)에게: 그냥 장마 너는 그때그때 힘들면 얘기하고 차라리 억울한 것 다 털어놨으면 해.

나에게: 그러면 좋은데 용기가 안 나.


[느낌] 마음을 장마인 것처럼 생각하고 대화를 해보니 나 자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이나 느낌들을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저널을 통해 나의 마음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유익했다.


<사례2> 내 마음 (돌덩이)에게


내 마음 (돌덩이)에게: 내가 왜 너를 돌덩이라고 부르는 줄 알아? 너는 항상 날 무겁게 만들잖아.

나에게: 니가 남들보다 못 한다 해서 열등감을 느끼고 우울해 하니까 그렇지.

(돌덩이)에게: 무겁게 버티고 있으면서 나를 힘들게 하지 마.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잖아.

나에게: 맞아! 너무 조바심 내지 말고 늦지 않았으니까 노력해보자.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면 되는 거야.

(돌덩이)에게: 그니까 너도 더 이상 나를 무겁게 만들지 말고 떼굴떼굴 굴러 나가줘. 그럼 나도 가볍게 다시 시작해 볼게.

나에게: 알았어. 동글동글 굴러서 움직여 볼게.


[느낌] 지금 내 마음에서 말하고 있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내 마음이 어떠한지 확실히 깨닫는 시간이었다.


<사례3> 내 마음 (대각선)에게


내 마음 (대각선)에게: 내가 왜 너를 대각선이라고 부르는 줄 알아? 자꾸 삐딱한 마음을 가지고 가족, 친구들한테 짜증을 내잖아.

나에게: 하지만 내 마음을 몰라주는 다른 사람들이 미운 걸 어떡해.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자꾸만 나도 모르게 삐딱해져.

(대각선)에게: 삐딱하게 말을 하니까 아무도 모르지. 삐딱하게 하지 말고 착한 시선으로 보고 말은 건네 봐.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알아 줄 거야.

나에게: 그럴까? 사실 잘 모르겠어. 자꾸 삐딱해지니까 삐딱해지지 않는 법을 모르겠어. 잘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대각선)에게: 할 수 있어. 자꾸 공부만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 삐딱해지지 않는 법도 생각해봐. 파이팅!

나에게: 니 덕분에 힘이 난다.


[느낌] 요 며칠 이유 없이 짜증도 나고 괜시리 슬퍼지고 울적한 날들이 많아 ‘힘들다’ ‘지친다’ ‘피곤하다’ 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이유 없이 짜증나고 우울했던 것이 아니라 모두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몇 가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있었지만 그래도 원인을 알고 나니 조금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다.


<사례4> 내 마음 (물음표)에게


내 마음 (물음표)에게: 내가 왜 너를 물음표라고 부르는 줄 알아? 나는 항상 네가 뭘 원하고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어서 물음표라고 했어.

나에게: 왜 항상 말로는 해야지,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하지 않아? 계속 핸드폰하고 공부는 30분 하면 또 힘들다고 다시 핸드폰 하거나 자는 거야?

(물음표)에게: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은 계속 하는데 핸드폰 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 공부를 하면 이걸 왜 하고 있어야 되는지도 모르겠어. 한다고 해서 나보다 더 잘하는 애들이 너무 많아서 해봤자 라는 생각만 들어.

나에게: 어떻게 해야 네가 공부를 해야지 라고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집중해서 공부를 하고 공부를 해야 되는 이유를 알게 될까?

(물음표)에게: 일단 나는 꿈이 생겨야 된다고 생각해.

나에게: 니 말이 맞는데, 어떻게 해야 꿈이 생길까?


[느낌] 의외로 시작해보니까 대화가 원활하게 잘 이루어진 것 같이 느껴져서 신기했다. 내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고 내 마음이 지금 많이 힘든 것 같은데 그것이 나의 행동 때문이라는 원인을 깨닫고 나니 마음이 힘들지 않기 위한 해결방안도 찾아내고 여러모로 뜻깊고 소중한 시간이 된 것 같다.


위 사례를 보면, 마음을 ‘장마’, ‘돌덩이’, ‘대각선’, ‘물음표’ 등으로 대상화 했다. 상상으로 바라본 자신의 마음과 이야기했다. <사례1>은 마음을 ‘장마’에 대상화하고 처음에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한다. 하지만 평소에 참아왔던 감정들이 우르르 쏟아져서, 그것도 꽤 오랫동안 쏟아져서 ‘장마’에 비유했음을 깨닫게 된다. 그때그때 털어놓으라며 해결방법까지 제안한다. <사례2>는 열등감과 우울감으로 무거운 마음 ‘돌덩이’와 <사례3>은 주변 사람들에게 삐딱하게 구는 마음 ‘대각선’과 <사례4>은 공부를 안 하는 마음 ‘물음표’와 대화를 하면서 그 마음을 달래 줄 지혜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다음은 고3 학생이 쓴 저널이다. 위의 사례보다 대화수를 한 개 줄인 저널이다. 마음이 하는 말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대화의 수는 줄일 수도 있고 늘릴 수도 있다. 짧은 시간에 할 때에는 줄이고, 이야기를 좀더 충분하게 하고자 하면 대화수를 늘릴 수 있다.


<사례5> 내 마음 (물먹은 솜뭉치)에게


내 마음 (물먹은 솜뭉치)에게: 너는 왜 내 곁에 있니? 뭔데 나랑 같이 있는 거야? 왜 날 이렇게 힘들게 만드니 이 나쁜 놈아?

나에게: 날 만든 건 너야. 네가 날 모르는 척 할수록 난 더욱더 커져. 네가 나를 만드는 거라니깐.

(물먹은 솜뭉치)에게: 야, 난 널 만든 적이 없어. 왜 갑자기 고3 때 찾아와서 긍정적이었고 열정적인 날 물 먹이는 거야? 저리 너 좀 치우고 싶고 물 꽉 빼서 화창한 햇볕에 널어두고 싶다야.

나에게: 니가 울고 힘들수록 난 더 커진다니까. 물 빼버리면 내가 쪼그라드는데? 나란 존잰 없어지는 거잖아. 엄연히 나도 생명체인데, 네가 싫다고 힘들다고 이렇게 해도 되니?

(물먹은 솜뭉치)에게: 미안하다. 너도 엄연한 존재인데, 내가 무조건 내쫓기만 하고 너에 대해 궁금해 하지도 않고 불필요한 존재로만 여겼던 것 같아. 그렇지만 너 때문에 난 더힘들 것 같으니 조금만 줄어들어 줄래?


[느낌] 지친 마음도 마음이었다. 어떤 마음이든지, 내 감정, 상황으로 인해 생길 수 있다. 그런 사실을 잘 몰랐다. 지친 마음이 왜 나에게 생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저널을 통해, 나도 지친 마음, 무기력한 마음이 얼마든지, 언제든지 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이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깨달았다.


<사례6> 내 마음 (시커먼 한강물)에게


내 마음 (시커먼 한강물)에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날 가두고 잠기고 빠지게 하니? 내가 큰 잘못을 했니? 제발 나 좀 나가게 해줘. 왜 하필 나야? 이 세상에서 왜 나만 그래

나에게: 너의 나태함에서 오는 불안감은 내 잘못이 아니야. 많은 두려움이 있겠지만 네 행동으로 고칠 수 있어.

(한강물)에게: 나 정말 반성하고 있어. 너무 미안해. 공부 안하고 자꾸 덕질한 것 정말 반성해. 이제 정말 열심히 할거야. 근데 나 너무 무서워. 지금까지 잘못한 것이 너무 많아서 이미 늦은 것 같고 이제 거리를 좁히기엔 내가 너무 뒤쳐진 것 같아.

나에게: 그럴 시간과 마음도 너무 아까워 고3이라서가 아니야. 너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은 이제 잊고 하나에만 집중한다면, 지금까지의 게으름과 안일함도 극복할 수 있을거야.

(한강물)에게: 가끔 우울하면 난 물 속 싶이 풍덩 빠지는 느낌이 들어. 앞으로도 자주 그러겠지만.. 이제 열심히 할 거란 생각에 좀 기운이 나는 것 같아.


[느낌] 처음 내 마음이 시커먼 한강물로 떠오를 때에는 두려워서 마음이 덜덜 떨리는 것 같았다. 이걸 쓰다 보니 긴장이 풀리고 한강물에 대한 원망도 좀 누그러졌다. 시커멓기까지 한 건 아닌 듯하여 그냥 한강물이라고 불렀다. 음.. 내가 앞으로 열심히 할 거란 자신감과 의지가 커서 그렇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열심히 하는 내 모습이 상상되니 기대된다! 그러다가 또 좌절하면, 또 다시 한강물을 찾겠지. 마음을 부르는데 사람 이름을 부르는 느낌이 든다. 마음이 살아있다.


이 짧은 저널을 쓰면서 자신의 마음을 ‘물 먹은 솜뭉치’로, ‘한강물’로 만나고 어루만졌다. 10분이면 할 수 있는 저널테라피로 아이들은 자기 마음을 만나는 길을 찾아나설 수 있었다.


아이들은 마음에 말 걸기를 어려워 한다. 우선 자신의 마음이 어떤 상태라고 콕 집어 말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모호하다. 이런 마음을 객관화하여 드러내기 어렵다. 마음을 존재와 분리하여 끄집어내기 어렵다. 마음에 말을 거는 일이 힘들 수 있다. 낯선 이를 대하듯 당황스럽고 부끄러울 수 있다. 누군가가 볼까봐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불쑥 튀어나오는 마음을 썼다가 당황하여 지워버리는 아이도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편안하게 쓸 수 있도록 안전정치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본인의 동의 없이 공개를 강요하지 않으며 누구도 훔쳐볼 수 없음을 강조해야 한다. 그래야 안심하고 자신의 마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자신과 동일시하며 늘 껴안고 다니는 마음이라서 이 마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모르는 청소년들에게 좀 어려운 저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신도 잘 모르는 마음에게 말을 걸어 보면 참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 저널은 앞장에서 제시한 ‘미음 비유 저널’에서 확장된 저널이다. 마음이 이야기를 하게 하는 저널이다. 자기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고 머물게하는 저널이다. 미음을 객관적 상관물로 대치한 후 그 상관물과 대화를 나눔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좀더 선명하게 알아차리고 수용하여 심리적 안정을 느끼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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