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부-2. 마음에게 말 걸기 2)

2) 마음을 그려 볼까?

by 이명희

앞장에서 안내한 ‘마음에게 말 걸기’ 저널에 그리기를 포함한 저널이다. 빈의자를 그린 후 의자 위에 마음을 그리는 작업을 먼저 하고 말 걸기를 한다. 요즈음 자신의 마음을 떠올리고 의자 위에 그리는 데 5분 정도 시간이면 된다. 저널 쓰기까지 하면 15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 저널을 쓰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요즈음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를 성찰하는 시간을 1~2분 갖는다.

◦이런 마음을 비유할 만한 사물을 떠올린다.

◦빈의자 한 개를 그린 후 의자 위에 마음을 비유하는 사물을 그린다.

◦의자 위의 사물을 자신의 마음이라 생각하고 말을 걸어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하다가 마음이 나에게, 또는 내가 마음에게 말하는 것으로 대화를 마친다.

◦느낌 쓰기로 마무리한다.


처음에는 잠깐 눈을 감고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 마음을 객관적 대상에 빗대어 떠올린 후 빈의자 위에 그린다. 그림을 그리지 않고도 이 저널을 쓸 수 있지만, 그림으로 표현하면 마음을 바라보는 데 더 도움이 된다. 자신의 마음을 대상화한 이유를 먼저 이야기하며 대화의 물꼬를 튼다. 대화는 최소한 세 차례 이상 주고받는다. 다음 사례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저널이다. 이렇게 공개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학생들에게 거듭 감사한다.


<사례1> 내 마음 (부동산)에게

마음13.PNG 내 마음 (부동산)

내 마음 (부동산)에게: 내가 왜 너를 부동산라고 부르는 줄 알아? 기분이 좋았다가도 나빠지고 편했다가도 불안해져서 자주 바뀌기 때문이야.

나에게: 정신 차리자.

(부동산)에게: 너는 참 부동산처럼 앞을 알 수 없구나. 왜 그러니 정말.

나에게: 제발 공부 좀 했으면 좋겠어. 노력도 안 하는데 바라는 게 왜 이렇게 많니?

(부동산)에게: 이것저것 신경 쓸 데가 어디 있니? 공부나 열심히 해.

나에게: 너는 분명 지금보다 훨씬 잘할 수 있을 거야.

(부동산)에게; 이제 좀 안정을 찾을 때가 된 것 같아.

[느낌] 답이 없고 막막하다.


<사례2> 내 마음 (베개)에게

마음16.PNG 내 마음 (베개)

내 마음 (베개)에게: 내가 왜 너를 베개라고 부르는 줄 알아? 이번 주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졸려서 그랬어. 침대를 그리긴 좀 그러니까 부피 작은 너를!

나에게: 너 할 것 많다면서 왜 자꾸 딴 짓 하냐? 그러면서 늦게 자고 졸리다 하잖아.

(베개)에게: 너무 재미있는 걸? 그리고 잠 많이 자도 졸려. 어쨌든 나 상대하느라 피곤하겠다. 수고하네.

나에게: 너 공부 열심히 할 것이라면서 왜 잘 안 해? 수학 진짜 포기냐? 그럴 순 없잖아. 너 좋은 대학 가겠다며! 네 직업 가지겠다며!

(베개)에게: 공부가 참 맘대로 안 돼. 수학 너무 어려워서 하기 싫어. 너무 어려워서 푸는 속도도 느려지니까 하기 싫어. 그리고 나도 대학 가고 싶어. 좋은 대학 가고 싶어. 엄마아빠의 자랑이 돼야 하니까.

나에게: 잘 아는데 왜 못하는 거야? 너 잘 되어야 하잖아. 위에서 머리가 되겠다며! 열심히 해야 하잖아. 근데 잠을 그렇게 못 이기냐!

(베개)에게: 잘 되고 싶어. 알면서도 잘 안 돼. 열심히 하는 게. 잠은 잘 안 이겨져. 어떡하지?

[느낌] 나도 모르는 내 무의식 속 생각을 알게 되었다. 이런 무의식이 다른 스트레스를 만들었구나 싶다. 저널 쓰기를 통해 그 무의식이 드러나는 게 신기하다.


<사례3> 내 마음 (무거운 상자)에게

마음10.PNG 내 마음 (무거운 상자)

내 마음 (무거운 상자)에게: 내가 왜 너를 무거운 상자라고 부르는 줄 알아? 난 요즘 근래에 더 과묵해지고, 일상에 지쳐 너무 힘들었어.

나에게: 네가 느끼기에도 더 과묵해지는 걸 알 정도면 주변인들도 먼저 알았을 텐데 넌 뭐가 그리 힘드니?

(무거운 상자)에게: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점점 현실이 보이고 공부를 나보다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지면서 말이 더 없어진 것 같아.

나에게: 그랬구나. 그럼 네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는 방법은 없을까? 너의 요즘 생각은 어떠니?

(무거운 상자)에게: 나도 내가 요즘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모르겠어. 또 행복해지는 법도 잊었어. 주변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어. 중학교 때로 너무 돌아가고 싶어.

나에게: 너의 마음 알 것 같아. 너뿐만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할거야. 그렇지만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쳐 비로소 어른이 되는 거야. 멋진 어른이 되고 싶어 했잖아. 조금 참을 수 있겠니?

(무거운 상자)에게: 나도 너무 힘들지만 가끔 너와 같은 생각을 가끔 하곤 했어. 정말 너의 말을 듣고 조금이라도 더 버텨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느낌] 요즘 내 위에 무거운 상자가 하루 종일 있는 느낌이다. 하루하루가 힘들고 괴로웠다. 이 저널을 쓰면서 잠시나마 상자를 내려놓은 것 같다. 나의 생각이 정리된 것 같아 한결 가벼운 느낌이 든다.


<사례4> 내 마음 (실뭉치)에게

마음3.PNG 내 마음 (실뭉치)

내 마음 (실뭉치)에게: 내가 왜 너를 실뭉치라고 부르는 줄 알아? 늘 스스로한테 의문을 갖고 일어나지도 않는 일을 걱정하고 또 걱정하며 늘 스스로 불안하다고 느끼기 때문이야.

나에게: 왜 요즘 스스로한테 의문을 갖고 과대망상을 하며 걱정하는 거야?

(실뭉치)에게: 늘 이런 대표나 여러 가지 막중한 일을 하면서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래.

나에게: 안 좋은 일은 지난 일인데 왜 자꾸 그 일에 목매고 불안해하는 거야?

(실뭉치)에게: 그런 일들이 한 두 번이 아니라 내가 안 좋게 생각해도 좋게 생각해도 결과가 다른 사람에 비해 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고 좋게 생각하려고 해서 내가 남들보다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

나에게: 왜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거야. 남들의 눈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잖아?

(실뭉치)에게: 말이야 쉽지. 요즈음 난 내가 그렇게 많은데 혼자 끌어안고 고민하려니 너무 힘들어서 떨어질 것만 같아. 고민을 너무 말하면 그 일은 내 것이 안 되게 되잖아.

[느낌] 나와 내가 대화한다는 게 신기했다. 이 저널을 통해 안에 있는 걸 부끄럽지만 조금이나마 털어놓은 것 같아 편안해졌다. ‘내 마음이 어떠하다’가 그저 추상적으로만 느껴졌는데 마음이 실뭉치로 보이니 내 불안의 실마리를 잘 풀어보고 싶다.


이 밖에도 아이들은 빈의자 위에 돼지, 큐브, 돌멩이, 캔음료, 불, 파도, 구름그림자, 천둥번개, 배드민턴채, 민달팽이, 가시덩굴 속 바위, 시계, 침대, 하트, 튤립, 돌멩이에 눌린 꽃 등을 자신의 마음으로 그렸다. 이 마음과 대화를 해도 <사례1>처럼 답이 없고 막막할 수 있다. <사례2>처럼 ‘어떡하지?’로 대화가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 대부분은 <사례3>처럼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사례4>와 같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욕도 생긴다. 저널을 쓴 느낌 몇 개를 더 살펴보면, 이러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사실이라 좀 더 마음이 후련해졌다.

▪내 감정이 답답하고 복잡한 이유를 알게 되었고, 이 감정을 해소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현재 내 마음은 근심, 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은 알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저널을 쓰는 동안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것 같았고, 답답했던 마음을 아주 조금이라도 풀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새 불안했던 마음을 차근차근 되짚어보니 편안하고 즐거워졌다.

▪이런 것을 쓰면서 지금 복잡한 머릿속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 어떤 식으로 머릿속을 정리해 나갈지 등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아직도 쓰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내 마음 속에 있는 일들을 다 하고 싶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썼더니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시간이 된다면 나중에 한 번 더 하고 싶다.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 나중에 한 번 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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