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부-2. 마음에게 말 걸기 3)

3) 마음에게 말 걸기가 쉬울까?

by 이명희

아이들은 마음에게 말 걸기가 쉬울까? 아니다. 쉽지 않다. 아이들에게 이 저널을 쓰라고 하면 막막하고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 눈빛에서 이런 말들이 들리는 것 같다.


‘마음? 내 마음이 뭐지?’

‘나와 마음이 같은 거 아닌가? 다른 거야?’

‘마음을 무엇으로 표현해?’

‘마음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

‘마음과 한 이야기를 쓰라고?’


나는 눈빛으로 이렇게 말한다.

‘그냥 써봐. 기다려 줄게.’


나는 기다리는 동안 글 한 줄 못 쓰고 펜만 잡고 있는 아이를 본다. 불안한지 다리를 떨고 있는 아이를 본다. 썼다가 모두 지워버리는 아이를 본다. 어서 쓰라고 독촉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린다. 그러면 아이들은 망설임의 시간을 지나 무언가를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낯선 저널 쓰기를 통해 아이들은 이런 경험을 했다고 고백한다.


▪내 마음과 대화를 나눈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오글거리기도 해서 ‘아, 이게 뭔가? 쑥스럽게’란 생각으로 시작을 했는데 의외로 시작해보니까 대화가 원활하게 잘 이루어진 것 같이 느껴져서 신기했다. 내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고 내 마음이 지금 많이 힘든 것 같은데 그것이 나의 행동 때문이라는 원인을 깨닫고 나니 마음이 힘들지 않기 위한 해결방안도 찾아내고 여러모로 뜻 깊고 소중한 시간이 된 것 같다.

▪마음과 대화를 하면서 요즘 내 마음을 글로 써보니 마음이 안정되면서 이런 일 또한 넘길 수 있고 나는 더 멋진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무작정 힘들다고만 생각하고 우울해했던 나를 반성하면서 알고 보면 별일 아니라는 것을 이 시간을 통해 깨닫게 되어 너무 좋았다. 앞으로도 종종 마음과의 대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 몇 일 이유 없이 짜증도 나고 괜시리 슬퍼지고 울적한 날들이 많아 ‘힘들다’ ‘지친다’ ‘피곤하다’ 라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 이유 없이 짜증나고 우울했던 것이 아니라 모두 이유가 있었고, 몇 가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있었지만 그래도 원인을 알고 나니 조금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다.

▪생각보다 속 시원하다. 나를 질타하는 말을 썼는데도 혼자 생각하고 스트레스 받는 것과 달리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질타였다. 그리고 내 마음을 새벽, 무언가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썼지만 오히려 그 속에 나도 모르던 불안이 있었음을 알았다. 슬럼프도 극복하고 투지에 불타서 공부해도 무언가 지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걱정이었나보다. 앞으로도 내가 날 잘 알았으면 좋겠다.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처음이라 당황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막상 쓰다 보니 계속 쓸 말이 생각났다. 다 쓰고 나서는 무언가 위로 받은 느낌이 들었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생긴 것 같아서 느낌이 새로웠다. 가끔 정말 힘들 때 또 쓸 수 있을 것 같다.

▪정말로 마음과 대화를 했던 것 같다. 그 동안 ‘왜 요즘은 공부가 안 될까, 왜 잠이 많아진 거지? 이유 없이 짜증은 왜 나는 거야?’ 이런 생각을 하며 평소의 마음으로 돌아오려고 자신을 다그쳤다. 그런데 마음과 대화를 하면서 불안한 마음은 다 여유를 배워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내 안에만 갇혀 있던 시선들이 불안한 마음을 통해 주위를 둘러보게 하고 또 여유로운 것에 애정을 줄 수 있게 되었다고 마음이 이야기해 주었다.


▪지쳐있는 내 마음과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반복되는 학교 생활과 학원은 나를 옥죄어 오는 느낌이 들었고 감당해내기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내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하니 더욱 힘이 생기는 것 같고 고마운 시간이었다.


아이들의 이런 경험들을 통해 <마음에게 말 걸기> 저널의 효과를 정리해 보았다.


첫째, 마음을 객관화하여 구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내 마음에게 얘기를 하니 꼭 내 마음과 내가 별개인 느낌이었다.

▪현재 내 마음이 어떤지 쓰면서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고 나는 내 마음과 말한 대로 앞으로 지내야겠다.

▪그냥 계속 계속 질문이 나오고 답변하고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져서 솔직히 놀랐다. 근황부터 속마음까지 전부 다 얘기할 수 있었다. 왠지 별 거 아닌 것도 막 털어놓다보니까 후련해졌다.

▪10분 동안 참 많은 이야기를 썼다. 나도 놀랐다. 내가 이리도 마음이 복잡하고 생각이 많았는지, 친구문제, 성적, 모든 스트레스를 다 써놓고 보니, 별거 아닌 것 같고 내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였다.

둘째,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다.

▪새롭고 좋은 경험이었다. 내 마음과 대화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데 짧지만 치유의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쓰기 전에는 이런 걸 왜 하나 무슨 효과가 있나 했는데 대화 나누기를 하면서는 은근 재미있고 새롭고 신기했다. 대화 나누기를 하고 나서는 진짜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내 마음뿐 아니라 내 주위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시간이 있어서 감사하다.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린 것처럼 다른 사람의 말과 생각에 무조건 따르고 상처받는 일에 상관없이 나의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을 가장 잘 알고 위로해줄 수 있는 건 바로 나였다. 또, 내가 내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야기를 한다는 게 한편으로는 이상하긴 했지만 후련했다. 타인이 내 마음을 알 수 없으니 필요하다면 꼭 표현을 해야겠다.


셋째,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소중히 여길 수 있다.

▪내가 내 자신을 더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고 긍정적이게 여기게 된 것 같아 신기하다.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린 것처럼 다른 사람의 말과 생각에 무조건 따르고 상처받는 일에 상관없이 나의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성격이라기보다는 내가 나의 마음과 나 자신을 믿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이 저널을 쓰면서 내가 나를 얼마나 생각하고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확신을 가졌던 꿈이 여러 개라는 것을 새로 알게 되었다. 좋은 계기였다. 더 열심히 애써 떳떳한 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넷째, 글로 씀으로써 마음을 정리할 수 있다.

▪이 감정, 저 감정 뒤죽박죽 되어있던 마음이 글을 쓰면서 깔끔하게 필기해놓은 것처럼 정리되는 기분이다.

▪평소에도 내 마음이랑 속으로 얘기를 한다. 오늘은 어땠는지, 불안함은 없는지... 항상 얘기를 하지만 뭔가 복잡했다. 글로 쓰니깐 복잡한 기분이 사라졌다. 후련하다.

▪굳이 쓰지 않아도 내가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라서 왜 써야하나? 조금은 의아했다. 막상 또 써보니 내가 미처 몰랐던 부분까지 알았다. 이렇게 써보니 혼란스러운 마음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홀가분해진다.

▪그냥 생각만 하는 것이랑 쓰는 것이랑은 엄청 다른 것 같다. 쓰면서 대화하니까 내 마음을 더 잘 어루만질 수 있는 것 같았다.


다섯째, 이 저널 쓰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과 대화하는 법을 배운다.

▪이 저널을 써 보니 가끔씩 마음과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음에 또 했으면 좋겠다.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아 아쉬웠다. 집에 가서도 계속 이어서 해보고 싶다.

▪마음이 심란할 때나 안 좋을 때 또 써봐야겠다.

▪평소에 마음이랑 대화가 되려는 걸 내가 피한 것 같다. 두려웠다. 그래서 오늘도 대충 쓰게 되고 확실히 마음을 정리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마음이 대화를 걸어올 때 거절하지 말고 깊게 얘기하고 싶다.

▪학교에서 해서 그런지 좀더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한 것 같다. 요즘 생각도 많고 복잡해서 힘들었는데 집에 가서 밤에 혼자 조용히 다시 내 마음과 대화를 나눠 보고 싶다.

끝으로, 이 저널 쓰기를 위해 제안한다. 이 저널 쓰기를 하기 전, 앞장에 제시한 사례 몇 가지를 보여 주면 도움이 된다. 아이들 대부분이 마음과 이야기를 처음 해본다고 했다. 자신의 마음에게 말을 거는 것이 어색하고 이상하다고 했다. 쑥스럽고 오글거린다고 했다. 마음을 하나하나 파헤쳐 알게 되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이렇게 ‘마음에게 말 걸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사례를 통해 쓰는 방법을 이해할 수 있다. 또래의 저널을 보면서 자신과 비슷한 마음들을 만날 수 있다. 마음을 드러내는 두려움을 덜어낼 수 있다.

이 저널 쓰기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는 저널을 한 줄도 쓰지 못한 아이였다. 이 아이는 느낌에 이렇게 썼다.

“마음이는 대답이 없다. 의자에서 일어나면 안 되냐고 했다. 그게 다였다. 속상하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지만 이 아이는 자기 마음을 자신과 분리하여 의자에 앉혔다. 끝까지 아무 말이 없는 마음과 대화해 보려고 애를 썼다. 그게 다여서 속상하다고 했지만, 마음의 소리를 듣고 싶은 자기를 만날 수 있었다. 이거면 충분하다. 이 아이는 자기 마음에 또 말을 걸테니까.


우리 청소년들이 마음과 마주하는 용기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흐르는 강물 바라보듯 자기 마음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불편한 감정을 알아차리고 인정해주면 그때부터 마음이 순해진다. 내 안에 숨어 있는 불편한 감정이 무엇인지 이름을 붙여주면, 그 감정들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며 떠오른다. 자기 목소리를 낸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자신이 가야할 방향도 알려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Ⅲ부-2. 마음에게 말 걸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