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부-5. 마음 가나다 1)

1) 어떻게 쓰지?

by 이명희

‘마음 가나다’는 ‘가나다 시짓기(Alpha Poems)’ 기법을 활용한 저널이다. 흔히 접할 수 있는 3행시나 5행시처럼 가~하를 첫 글자로 시작하되 주제가 있는 글이다. ‘가~하’가 주어진 14행의 구조화된 저널이라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아담스Adams는 <저널치료의 실제>에서 이 기법을 소개하며, 예기치 않은 결과와 창의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재빨리 떠오르는 대로 써 내려가길 권했다. ‘라’와 같이 어려운 글자는 비슷한 음운이나 외래어를 사용해도 괜찮다. 생각이 영 나지 않는 글자는 건너 뛰어도 괜찮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요즈음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를 1~2분 정도 생각한다.

◦‘요즈음 내 마음’을 주제로 ‘가’에서 ‘하’까지 그 글자로 시작하는 단어를 떠올리며 생각나는 대로 쓴다.

◦글씨체, 맞춤법 등에 상관없이 떠오르는 대로 편하고 자유롭게 쓴다.

◦너무 어려운 글자는 비슷한 글자로 대신하거나 건너뛰어도 된다.

◦느낌 쓰기로 마무리한다.


‘마음 가나다’는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아이들도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저널이다. 정해진 글자가 있으므로 그 글자로 시작해 보려는 집중력이 글을 쓰게 한다. ‘마음 가나다’는 초등학생에서 성인까지 누구나 쓸 수 있다. ‘마음 가나다’는 자기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무엇을 써도 괜찮다. 길게 쓰든 짧게 쓰든 상관없다. 앞글자를 맞춰 가다가 내용이 떠오르지 않으면 그 글자를 건너뛰어도 된다. 유사한 음절로 바꿔 써도 괜찮다.

어휘력이 부족하거나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청소년에게는 글자수를 줄여 활용할 수 있다. <사례1>과 <사례2>처럼 '가~하'의 14음절 중 6~8음절만 선택해서 가나다시를 쓸 수 있다. 14음절 모두를 활용한 시에 비해 내용이 풍성하지 않아도 ‘요즈음 내 마음’을 담아낼 수 있다.


<사례1>

가끔

나는 왜 사나 싶다.

다들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라(나)는 의지박약이라 금방 포기하지.

아직 시간이 남았다고 위로도 해보지만

자기 위로가 무슨 소용이람? 슬프다!

<사례2>

나도 다른 애들처럼 공부해야지 생각하면서 그냥 잔다.

다시 태어나서 처음부터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

마음이 뒤숭숭하다. 복잡하다

바꾸고 싶다. 두뇌를! 공부 잘하는 애랑.

아무것도 공부를 한 게 없어서 답답하다.

차 타고 여행 가고 싶다.

하나도 모르겠다.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드러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이 가나다 글자에 의지하여 쓰다보면 마음을 따라갈 수 있다. 첫음절 ‘가나다~’ 덕분에 편하게 쓸 수 있는 저널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막막하다고 하는 아이들이 있다. 잘 쓰려는 욕심을 내려 놓고 쓰다 보면 어렵지 않다는 걸 경험하게 된다.


이 저널을 쓸 때에는 아무렇게 써도 괜찮다고 말해줘야 한다. 혹시 주제에서 벗어났더라도 ‘요즈음 내 마음’으로 돌아오면 된다. 아무렇게 끄적거리는 것 같아도 숨어있던 마음이 14음절을 붙잡고 언어로 개념화되어 나타난다. <사례3>을 쓴 아이는 가나다에 맞게 쓰려다 보니 주제와 상관없는 엉뚱한 문장들이 만들어져서 피곤하다고 했다. 자기가 너무 글을 못 쓰고 이상하게 써서 속상하다고 했다.


<사례3>

가끔씩 일탈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다시는 이런 시절이 오지 않을 것임을 안다.

라면은 사나이를 울리는 농심 신라면이 맛있다.

마파두부는 밥 비벼 먹을 때 맛있다.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사과는 아침에 먹는 것이 몸에 좋다고 한다.

아침에 눈뜨기가 너무 힘들다.

자아중심적 사고는 나쁘다

차를 끌고 다니고 싶다.

카드가 있긴 하지만 체크카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

파격적인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말자.


아이의 말대로 <사례3>의 ‘라’~‘사’는 주제에서 벗어난 문장이지만, 나머지 10행으로 충분히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지금 현실이 답답해서 벗어나고 싶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을 만큼 힘들다고 고백한다. 아침에 눈뜨기가 너무 힘들 만큼 지쳐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이라서 후회하지 않도록 잘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가치관도 분명하다. 자아중심적 사고는 나쁘다고 여기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경제적 여유도 있었으면 좋겠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자신의 꿈도 드러난다. 그것도 평범한 디자이너가 아니다. 파격적인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이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말자고 다짐한다. 아이는 엉뚱한 문장들이 만들어져서 피곤하다고 했지만, 10음절로도 마음, 가치관, 소망, 의지를 담아냈다. 의식적으로 표현한 게 아니더라도 쓰다보면 자신도 알지 못했던 마음이 제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이 저널을 쓰는 시간은 아이들마다 다양하다. <사례4>는 2분만에 후다닥 써내려간 저널이다. 경쾌한 운율과 함께 귀여운 아이의 마음이 보인다. <사례5>는 쏟아내고 싶은 것이 목구멍까지 가득 차있던 사람처럼 4분만에 뚝딱 완성했다. ‘가시가 있는’, ‘라이터로 지지는 것 같은’, ‘차라리 다 사라졌으면’ 하는 고통스러운 마음을 거르지 않고 뱉어냈다. ‘답장이 왔다’로 마무리된 시의 여운이 참 오래 갔다.


<사례4>

가기로 한

나의 길

다시 되돌아가지 못할 길이

라는 .

마음 때문에

바쁜

사람처럼 지낸다.

아자 아자!

자지 말고

차 한 잔의 여유를 느끼며

카누 마시고

타이밍 맞게 되는 대로

파이팅

하는 거야.


<사례5>

가시가

나의 마음에 있는 것 같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으려고 해도

라이터로

마음을 지지는 것 같다.

사는 것이 내 마음 같지가 않다.

아마 지금 내 또래 아이들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겠지.

자기 전 침대에 누워 오늘 했던 일과 미래 걱정을 한다.

차라리 다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카카오톡 엄마에게 오늘 힘들었지만 열심히 살았어 라고

타자를 쳐서 보냈다.

파란 하늘처럼

하루 동안 고생했어. 내일은 더 좋은 날이 올 거야. 답장이 왔다.

<사례6>은 쓰면서 생각하면서 다시 쓰면서 10분 정도가 걸린 저널이다. 자신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섬세하게 표현한 이 저널을 읽으면 아이가 지혜를 터득해가는 사색의 길을 함께 걷는 것 같다.


<사례6>

가느다란 실타래가 꼬여 있다. 풀려고 하면 할수록 더 꼬여 버린다.

나의 현재 마음도 이렇다.

다양한 생각들로 너무 꼬아져 있는 이 실타래는 마치

라면보다 더 꼬불거려 내 마음 한 켠에 미친 듯이

마치 용암처럼 들끓고 있다.

바지자락을 움켜 잡는 심정으로 풀어보려 하지만 힘들다.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순하다.

아무 생각 없이 천천히 풀면 되는 것이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그러다 보면

자동으로 실타래는 풀리게 될 것이다.

차례차례 천천히 여유를 가지면 되는데 뿔뿔이 흩어 놓은

카드처럼 한 번에 모아버리면 난장판이 되고 만다.

타인의 말을 들어주는 것처럼 나의 내면과도

파리바게트 빵이 구워지듯 천천히 대화

하게 된다면 어느 순간 실타래가 풀어질텐데.


이렇게 청소년 각자의 성향과 마음 상태에 따라서 저널을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달라진다. 상담자가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기다려 준다면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만나 각자의 기나다시로 완성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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