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부-4. 마음문장 이어쓰기

- 3분 저널 쓰기

by 이명희

이 저널은 문장 주어인 ‘요즈음 내 마음은’만을 제시하여 첫문장을 완성한다. 이 문장은 수영장의 다이빙대처럼 저널을 시작하도록 돕는 주제 문장이 된다. 이 문장을 시작으로 다음 문장 3~5개를 이어 쓰면 된다. 첫문장을 스프링보드(Springboards)로 삼아 저널을 쓰는 기법을 애덤스는 ‘스프링보드 기법’이라고 한다. 첫문장을 스프링보드 삼아 다음 문장을 이어 쓰는 저널기법이다.

앞장에서 안내한 ‘마음문장 완성하기’는 감정단어 목록을 제시하여 자기 마음에 적절한 감정 단어를 찾도록 했다. 그리고 ‘왜냐하면’에 이어서 문장을 완성함으로써 감정의 원인에 대해 좀더 분석하도록 한다.

‘마음문장 이어쓰기’는 주어만 제시하고 흘러나오는 대로 쓰는 저널이다. 한없이 길게 쓸 수도 있겠지만 3분 정도에 쓸 수 있도록 이어 쓰는 문장을 3~5개로 한다. 아주 간단한 저널이다. 저널을 쓰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요즈음 내 마음은 ( ).’으로 첫문장을 완성한다.

◦첫 문장에 이어서 문장 3~5개를 쓴다.

◦느낌 쓰기로 마무리한다.


아이들이 쓴 저널의 사례이다.


요즈음 내 마음은 (불안하다). 공부를 잘 안할 때 한심하곤 한다. 의지가 약한 것인지 시험이 코앞이라도 느긋한 것 같다. 몸은...ㅋㅋ.. 맨날 후회 없이 보내자고 다짐하고, 기도하는데도 왜 이리 놀기만 하는지. 공부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볼 때 내색은 안 하지만 불안하고, 난 뭐 하는 걸까 싶다. 정말 나중에 생각해도 ‘아 진짜 그땐 열심히 했었지.’라고 뿌듯해 하고 싶다.

요즈음 내 마음은 (힘들다).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예상치도 못한 커다란 장애물을 만난 느낌이다. 하루종일 학교에 있으면서 점점 머리가 아프고 우울해지면서 울고 싶어질 때도 잦다. 남이 보면 정말 핑곗거리밖에 되지 않을 문제이건만 왜 나에게는 이리도 힘든 건가? 다른 친구들과 비교를 하다보면 더 괴로워진다.


요즈음 내 마음은 (바다 같다). 잔잔하다가도 갑자기 요동치며 파도가 몰려오고, 또 금세 잔잔해진다. 술술 물이 빠지며 뻘이 됐다가도 다시 물이 차오른다. 마음 상태가 그 때 그 때 너무 달라서 불안감과 자신감이 공존하는 미묘한 상태다. 불안감을 즐기도록,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려 한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나 때문에 마음 상하지 않도록 노력하려 한다.


요즈음 내 마음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시험을 잘 봤기 때문에 너무 기쁘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지만 오른 성적에 내가 방학을 헛되게 보내지 않았구나 하는 마음에 나 자신이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자만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을 알기 때문에 더 노력할 것이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앞으로도 열심히!


이 저널을 쓰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교실바닥에 주저 앉아서 울던 세미(가명)가 떠오른다. 오래 전 중학교에 근무할 때였다. 출산휴직 후 학교에 돌아오니 교사들 사이에 화제가 되는 아이가 있었다. 중학교 2학년 세미였다. 내가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세미는 부반장으로서 성실한 학생이었다. 세미는 사랑이 많고 선한 눈빛을 지닌 아이였다. 그런데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세미는 매우 반항적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참 이상했다. 아무리 감정의 변화가 심한 청소년기라고 해도 사람이 이렇게 쉽게 바뀔 수 있단 말인가? 세미를 한번 만나 봐야겠다 생각하고 빈 교실로 세미를 불렀다. 세미를 기다리고 있는데 교실문이 열리고 세미가 들어왔다.

“세미야! 어서 와.”

왁스를 발라 세웠는지 숏컷 머리가 고슴도치 같았다. 딱 달라붙은 교복치마는 걷기도 불편해 보였다. 교칙이 매우 엄격했던 시절인지라 세미의 모습은 파격적이었다.

“우리 세미 오랜만이다. 요즈음 어떻게 지냈어?”

1학년 때 담임교사 앞이라 그런지, 쑥스러움 가득한 세미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나는 왠지 세미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우리 세미가 요즈음 외로웠구나.”

학교에서 하지 말라는 짓을 골라서 한다고 소문 난 세미에게 나는 외로움이 느껴졌다. 세미가 너무 외로워 몸부림치는 아이로 보였다. 세미은 안아 주었다.

그러자 세미가 교실바닥에 철퍼덕 주저 앉았다. 엉엉 울기 시작했다. 세미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등을 가만히 토닥였다. 울음을 그칠 때까지 그렇게 함께 있었다.

“선생님, 이제 괜찮아요.”

“그래, 우리 다음에 또 만나자.”

그날 우리가 만난 시간은 10분 정도였다.


세미는 다음날 머리도 눈빛도 차분하게 달라진 모습이었다고 2학년 담임선생님에게 전해 들었다. 그후 시간을 내어 마주한 세미가 자기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활달한 친구들이 부러웠고, 그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싶었다고 했다. 친구들이 좋아해 줄 것 같아서 조금씩 딴짓을 해보았는데... 선생님들의 눈밖에 나기 시작했고 학급 친구들도 자기를 이상한 아이로 보는 것 같았다. 선생님한테도 또래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면서 점점 더 막나가게 되었다고 했다. 세미는 자기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우리 세미가 요즈음 외로웠구나.”

이 한마디로 자기 마음을 알아차렸다고 했다. 자신의 반항이 쓸데없는 짓이라고 인정할 수 있었고, 멈출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누군가가 진심으로 내 마음을 알아주면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 그냥 물어만 줘도 그 따뜻한 관심에 가슴 뭉클해진다. 이 누군가가 없다면 저널을 통해 자기 스스로에게 묻고 답할 수 있다.

“요즈음 내 마음이 어떻지?”

“요즈음 내 마음이 이렇지!”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며 저널을 쓴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 손으로 글을 썼지만 누군가에게 나의 마음을 고백하는 느낌이 들어 처음부터 힐링이 된 것 같았다.

▪지금 내 마음에서 말하고 있는 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지금 내 마음이 어떠한지 확실히 깨닫는 순간이었다.

▪내가 요즘 우울해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주변 사람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던 내 마음을 나에게라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 좋았다.

▪내 마음에 대해서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내가 평소엔 놀 땐 활발하다가도 그냥 혼자 있을 땐 조용해지기 때문에 나도 내 마음을 잘 몰랐다. 이제 조금은 마음에 안정감이 생겼다.

이 저널을 쓰면서 아이들은 내 마음이 왜 이렇까? 살펴보고, 잠깐이지만 생각하게 된다. 뒤죽박죽 섞여 싱숭생숭한 마음이 정리되고, 이해할 수 없던 마음이 이해되고, 자신을 위로할 수 있게 된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진다. 이런 안정감 속에서 무엇을 해야할지를 깨닫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과 희망을 갖기도 한다. 3분만에 쓰는, 이 짧은 저널을 쓰면서 아이들은 다음 느낌처럼 신기한 경험을 한다.

▪수요일부터 머리가 무겁고 지끈지끈거렸는데 이 짧은 문장으로도 생각을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내가 지금 왜 머리가 아픈지 원인을 알 것 같다. 자주 해봐야겠다.

▪누구나 힘들 테니까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며 방치했던 나의 마음을 돌보아준 것 같다. 여러 감정이 뒤섞여있지만 그것들이 어떤 것인지를 확실히 알게 되었고, 고로 나를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요즈음 내 마음이 딱히 짜증나고 안 좋은 일은 없었는데 매사 부정적이고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왜 내 마음이 이런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마음 문장을 쓰고 보니 내 마음이 왜 이런지 알 것 같다.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힐링될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요즘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깨달았다. 항상 멍해서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니고 짜증 나도 왜 짜증난 건지 모를 때가 많았는데, 부정적인 단어들이 내 마음속에 맴돌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의 마음을 확인함으로써 답답한 마음이 조금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막연히 뒤숭숭하기만 했던 마음을 정리할 수 있어 좋았다.

▪내 마음이 어떤지 생각하게 되면서 현재 내가 어떤 것을 고민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저널을 쓰니 이제 어떻게 이것을 풀어나갈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중에 시간이 좀 지나 또 한 번 해서 그때와 지금이랑 비교해보고 싶다.

▪친구관계, 가족관계 모두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도 나 자신과의 관계 같다. 고민의 답은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있는 것 같다. 먼저 나자신을 알아주고 보듬어줘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다른 사람을 더 사랑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몰랐던 내가 느끼는 감정도 알 수 있었고, 그에 따른 성찰과 반성의 계기가 되었다. 내게 무언가 기회라는 것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 희망을 가지게 되어 좋았다.

아이들은 자기 마음을 살펴보는 일에 낯설어 하고 부끄러워 한다. 자기 마음과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애써 외면하려고도 한다. 하지만 저널 쓰기를 통해서 자기 마음을 바라보게 되면 마음이 선명해진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힘들고 불안한지 알게 된다. 혼란스럽고 답답하던 마음이 정돈되고 안심이 된다. 자신을 위로할 여유를 가질 수도 있다. 이 짧은 저널을 쓰면서 마음의 주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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