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또래 관계에서 왜 마음이 상할까?
아이들이 쓴 <상한 마음 털기>는 또래 관계로 인한 마음 상함이 가장 많았다.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또래 관계가 더욱 중요하다 보니 친구로 인해 마음을 상할 일이 많아진다. 성격에 따라 상처를 금방 털어 버리는 아이도 있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 못한 채 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 아이가 많다. 마음이 상하지만 말을 잘못 뱉었다가 실수할까봐 참고 넘어간 일들이 가슴에 남아 몇 년이 지나도 생각나곤 한다. 다른 친구를 사귀는 게 겁나고, 공부도 안 되고, 잠도 안 오고.... 그렇다. 이럴 거면 속 시원하게 말하는 게 낫겠다 싶다가도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고 속앓이를 한다.
아이들의 저널을 통해 또래관계에서 마음이 상하는 원인을 살펴보기로 한다. 여기에 소개하는 <상한 마음 털기> 저널들은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들의 저널이다. 남학생보다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남학생을 상담해 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첫째, 친구에게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내 호의를 보고 만만히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무엇인가(숙제나 필기)를 빌릴 때 고맙다라는 말을 받고 싶다. 빌리는 건 아무렇지 않지만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애들을 볼 때마다 정말 짜증이 난다. 안 빌려주면 속 좁은 애로 보는 것도 짜증난다. 그냥 빌려줘서 고마워라는 말이 듣고 싶은 것이다.
❝내가 힘들 때 가장 친한 친구가 괜찮냐고 연락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섭섭하고 마음이 상한 적이 있다.
❝나는 진짜 친하고 좋은 사이라고 생각해서 둘만 공유할 생각으로 비밀이나 고민을 얘기했는데 그 날 바로 메신저로 모든 아이들에게 밝힌 애가 있었다. 그렇게 심각한 얘기는 아니었어서 애들이 아는 건 문제가 아니었는데 그 날 바로 얘기했다는 게 진짜 개짜증 났음. 걔랑 안 놀아. 빡쳐. 개빡쳐. 개화남!
❝친한 친구와 카톡을 매일매일 했다. 친구의 카톡에 내가 답장 보낸 뒤로 며칠간 답장이 오지 않았다. 다른 SNS는 하고 다른 단체 카톡은 하면서 내 카톡에만 답이 없었다. 매우 맘이 상하였다. 왜 그랬냐고 물어 보지는 못했다.
친구들이 고마워 하지 않아서, 힘들 때 위로해 주지 않아서, 비밀을 지켜주지 않아서, 카톡에 답이 없어서 등 자신이 존중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 때 마음이 상한다.
둘째, 친구에게 무시당하는 말과 행동 때문이다.
❝친구한테 수학문제를 물어봤는데 이것도 모르냐고 했다.
❝우리 반 애가 ‘너 대학 그렇게 하면 못 가’라고 한 것.
❝내가 미술을 잘 못하는데 친구한테 도와달라고 하니까 옆에 있던 친구가 지지리도 못하면서 라고 했을 때 속상했다.
❝중3 때 어떤 친구가 대놓고 ‘너랑 놀면 재미없어’라고 말했던 것이 엄청난 상처였습니다.
❝공부를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안 나와서 우울하기도 한데 거기에다가 친구가 ‘공부 포기했냐’ 이렇게 얘기 한 적이 있다.
❝어떤 한 친구가 나를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할 때, 내 말은 일부러 안 들으면서 내가 말할 때는 아무도 안 듣는다고 말했을 때가 가장 서운했다. 누가 내 말 좀 들어주었으면...
누군가에게 무시 당하는 경험은 어른에게도 상처가 된다. 또래의 인정이 특히 중요한 청소년기에는 더욱 상처가 될 수 있다.
❝항상 좋은 말만 듣고 싶은데 사소한 것이라도 말을 거칠게 하거나 나를 깎는 듯한 장난을 하면 기분이 안 좋다.
❝장난으로라도 못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
❝친한 친구가 나를 비하하는 말을 장난처럼 꽤 많이 했다. 정말 기분이 나빴지만 차마 그만하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작년에 친구가 장난을 과하게 쳐서 하지 말라고 화를 냈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해서 속상하고 짜증났다. 여러 번 이런 경우가 나와서 나중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난처럼 툭툭 내뱉는 말이라서 정색을 하고 상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만다. 위의 예시처럼 장난인 줄 알겠는데, 마음이 상한다. 그만하라는 말을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고 만다. 화도 내보지만 마음을 알아주지 않으면 그냥 아무 말 하지 않고 지낸다.
<사례1>
얼마 전에 친구가 나보고 ‘뭐야, 이 왕따는’이라고 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친구는 장난으로 그랬겠지만 나는 그날따라 그 친구의 말이 기분 나쁘게 들렸다. 나는 그렇게 사람을 무시하고 아무 말이나 툭툭 내 뱉는 사람이 혐오스럽고 제일 끔찍하다. 그 후 이 친구와 말을 하지 않는다. 하기 싫다.
<사례1>을 쓴 아이는 친구의 말이 장난으로 한 말이겠지만 너무 기분이 나빴다. 이 친구와는 관계를 단절했다. 그 친구는 왜 갑자기 자기와 말을 하지 않는지 영문을 모를 수 있다. 말 한 마디로 친구를 잃었다는 걸 모른 채 마음이 상했을 것이다. ‘왕따’라는 말이 듣기 싫다고 친구에게 털어 놓았으면 좋았을 걸...
셋째, 왕따 경험 때문이다. <사례1>에서처럼 ‘왕따’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상한다. 청소년기의 왕따 경험은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대인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사례2>
중학교 때 같이 놀던 친구가 갑자기 어느 날부터 이유 없이 날 피하고 투명인간 취급했다. 그 후 점점 모든 아이들이 날 피하고 나는 왕따가 된 적이 있었다. 이유 없이 왕따 당했던 것이 너무나 상처가 되었다.
<사례3>
전학을 왔는데 왕따를 당했다. 지금은 당당하게 말하지만... 욕 먹고 울기도 했고 무시도 많이 당했다. 같이 밥 먹을 친구가 없어 매일 점심시간 화장실 한 켠에 들어가 변기에 앉아서 울었다. 그 후 학교에서 소위 놀던 일진들과 친해졌다. 나도 양아치짓을 했다. 즐거웠지만, 날 왕따시킨 아이들만 보면 눈물이 났고 때리고 싶었다. 지금도 힘이 든다.
<사례4>
정말 믿고 좋아했던 친구에게서 그만 같이 다녔으면 좋겠다는 문자가 왔다. 이유는 내가 그 무리에 가장 늦게 들어가게 되었는데 나로 인해 홀수가 되었고 단짝을 빼앗기는 느낌에 서로 삐지고 싸우게 되는 게 여러 차례 반복되어 힘들다는 것이었다. 나를 힘들게 하고서 자기네끼리 하하 호호 웃는 것이 굉장히 어처구니 없었다.
<사례2>~<사례4>는 왕따 경험이 담겨 있다. 청소년기는 또래가 모여서 자기들만의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부모에게 독립하고 싶은 자율성과 함께 또래와의 연대감이 중요한 때이다. 그런데 왕따라니? 이 왕따의 경험은 너무 아픈 상처가 된다. 저널을 썼다고 이 아픈 상처가 아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글로 표현함으로써 얼마나 마음 상했는지 지금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 알아줄 수는 있다. 아래 느낌을 쓴 아이처럼.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내 고민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나를 온전히 보듬어 줄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기대 때문에 마음이 상했던 것이다. 누구에게도 힘들다 말할 수 없을 때나 너무 외로울 때에는 이렇게 또 써봐야겠다. 내가 내 마음을 안아 주듯이.
글쓰기는 자신도 상대도 상하지 않고 건강하게 표현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글쓰기는 감정을 표출하는 과정을 통해 그 감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한다. 우리는 감정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상한 감정의 노예가 되어 휘둘리며 살지, 상한 감정을 다스리는 주인이 될지 선택할 수 있다. 그 감정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택해 걸어갈 의지도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