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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적인 구조

by 남청도

요즘 옥수수가 많이 나는 계절이다.

차를 타고 한적한 교외로 나가보면 길 가에서 옥수수를 파는 곳이 많다.

오전에 집사람이 퇴근하면서 시장에서 옥수수를 사 왔다면서 삶아서 내 왔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따끈따끈한 옥수수를 양 손으로 잡고, 뜨거워서 입김을 후 후 불어가며

이빨로 알알이 박힌 강냉이를 뽑아내어 씹어 먹었다. 본래 삶아 먹는 강냉이는 완전히 익으면 야물어서 먹기

힘들고 단맛도 덜하기 때문에 익기전에 꺾어서 삶아 먹는다.


노랗게 알알이 박힌 강냉이를 보니 강냉이 한 알을 심으면 싹이 나서 자라서 한 나무에 7~8개가 열리는 것으로 안다.

강냉이 한 알이 수천배로 늘어나는 것이다.(알갱이를 세어보니 35 x 8줄=280알, 280알 5자루면1400알갱이) 그래서 강냉이는 구황식량이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므로 강원도에서도 많이 난다. 만주 벌판에는 끝없이 펼쳐진 강냉이 밭이 눈에 띈다. 배 타면서 옥수수 알갱이를 미국에서 한국 일본으로 많이 실어 날랐다. 내 어릴 때는 학교에서 강냉이 죽을 주기도 하고 강냉이빵을 나눠 주기도 하였다.

강냉이 자루를 보면 알이 촘촘히 열을 지어 조직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언뜻 보기에 해바라기 씨도 그냥 무질서하게 촘촘히 박힌 것으로 보이나 그 속에도 프랙틀 구조로 최소의 면적에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집합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알고 보면 자연 속에도 조직적인 구조(coherent construction)가 지배하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다.


조직화 돼 있지 않은 군대를 오합지졸이라 한다.

월북한 김 아무개가 감시장비에 7번이나 포착됐는데도 우리 군에서는 아무도 몰랐다니 지금 우리 군은 허수아비나 다름없다. 말하자면 오합지졸도 못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국민은 누굴 믿고 사나?

군대는 전쟁을 대비해서 있는 것이다. 군대의 생명은 기강이다. 기강이 해이되면 백만군대도 아무런 쓸모가 없다. 다 식충이들에 불과하다.


조직은 군대에서만 중요한게 아니고 기업이나 나라에도 절대 필요하다.

어던 기업에서 혁신하려면 애자일 경영이 필요하고 일사불란한 조직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때 조직이란 말이 조폭을 의미할 때도 있었다.조폭 두목에서부터 행동파 졸때기까지 서열화가 돼 있고

배신을 하지 못하게 규율이 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조직에서 빠져 나오려고 해도 '조직의 쓴 맛'이 겁나서 쉽게 삐져 나오지 못한다. 예를 들면 멀쩡한 손가락을 잘라 버린다든지 해서 다른 조직원들에게도 꼼짝 못하도록 미리 단속하는 처방도 되는 것이다.


조직화가 가장 잘 돼 있는 곳이 공산사회다.

당이 한 번 정하면 밑에서는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무조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뺄갱이 조직에서는 에미 애비도 없다. 당에 거스르면 부모 형제도 필요없다. 나중에서야 후회하게 되지만 그때는 이미 엎지러진 물이다.


최근 조직의 쓴맛을 본 사람은 금태섭 전 의원이다.

조국 사태때 민주당에서 거의 유일하게 조 전장관에 대해 '언행 불일치'로 보여왔다는 지적을 했고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에 반대하여 기권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는 공천탈락에 이어 당징계까지 받았다. '조직의 쓴 맛'이 어떤지를 지금쯤은 아마 느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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