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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대작과 원산지 표시

by 남청도

가수 조영남이 오는 25일 자신의 그림 대작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선고일을 앞두고

"옛날부터 어르신들이 화투 가지고 놀면 패가망신한다고 했는데, 내가 너무 오랫동안

화투를 가지고 놀았나 보다"라고 하며 울먹였다고 한다.

그가 화투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앤디 워홀이 평범한 코카콜라병을 그려 화제가 된 것에 착안해, 그것을 팝아트로 옮겨 낸 것이라며, 화투를 그리면서 조수도 기용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무명 화가 송모씨에게 총 200~300점의 그림을 그리게 하고

배경에 경미한 덧칠을 한 뒤 자신의 이름으로 고가에 판매해 약 1억 6천여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2016년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했고, 2심 재판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기혐의를 벗었다. 그러나 검찰이 이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3심까지 이어진 것이다.


검찰의 주장은 피고인이 화투 그림을 모두 그린 게 아니라 조수의 도움을 받아서 그린 그림임을 고지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은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이고 구매자들은 기망행위에 속아 피고인이 전부 그렸다는 착각 속에서 구매했으니 사기라는 것이다. 앞으로 대법원의 결정이 어떻게 날지 모르겠으나 우리가 생각하는 법과는 실제의 법은 다르다.

우리가 보통 법은 정의로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법은 법을 가장 잘 알고 이용하려는 사람의 편이고 또한 유전무죄이고 완전 증거주의에 입각하고 있다. 돈만 있으면 살인자도 변호사를 잘 쓰면 무죄로 풀려 날 수도 있는 것이다.


앞에서 조영남이 울먹이며 독백처럼 내뱉은 '화투장 오래 만지면 패가망신한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화투는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건너왔는 데 진작 일본에서는 화투 놀이를 거의 하지 않는다. 화투놀이를 하는 계층은 주로 하류 계층인 야쿠샤(깡패)나 찐삐라(놈팡이 부류)들에 불과하다. 대신 마작은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 기원 같은 곳에서도 하니까 말이다. 일반 사람들은 대개 빠찡코를 즐긴다.


우리 집에도 그림이 몇 점 있는 데 김화백 그림 외에도 김화백 친구의 그림 전시회 때 안면으로 사 준 것인데

1980년대 중반 거금 30만 원을 주고 구입했었다. 파리에 가서도 전시회를 열기도 했었는 데 괜히 가리 늦게 도자기에 미쳐서 돈을 때려 쏟아붓다가 야반도주 형식으로 서울로 가서 남의 밑에 들어가 대작 조수로 일하다가 생을 마쳤다. 그렇게 보면 그림 대작 사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것 같다.

내가 알기에는 TV 방송국 인기 드라마도 밑에서 보조원들이 자료조사며 밑그림을 다 그려 올리면

감독 작가는 최종 검토를 하고 몇 군데만 고쳐서 내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것도 따지고 보면 시청자들에게 기망행위가 되는 것은 아닐까?


유명 갈빗집에서는 갈빗살이라고 팔지만 100% 다 갈빗살은 아니다.

다른 부위의 살을 오려서 갈빗살에 짜깁기를 해서 붙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갈비가 아닌 것을 갈비로 팔고 있다면 기망행위이고 사기가 아니냐?

법규상으로 80%가 갈빗살이라면 전체를 갈빗살이라고 해도 무방하단다. 이현령비현령이 아닌가?


원산지 표시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수입산을 국산이라고 속여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하는 상인들이 있어 원산지 표시제도가 생기지 않았나?

가령 외국산 젖소를 들여와 6개월 이상 사육하다가 도축하면 젖소가 한우로 둔갑한다.

중국산 활어를 수입하여 남해 가두리 양식장에서 2~3개월만 키우면 중국산이 아니라 국산이 된다.

섬진강 재첩도 새끼 때부터 섬진강에서 태어나 자란 것이 아닌 중국에서 들여온 것을 섬진강에다 뿌린 다음

한 열흘 후 채취하면 국산이 되는 것이다. 요즘 학생들 재수강해서 학점 세탁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국적세탁을 하는 것이다. 한 보름 후 나올 그림 대작 사건의 선고가 어떻게 나올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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