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초이스

by 남청도

당뇨가 오기 전까지는 커피를 즐겨 마셨다.

오전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꼭 커피를 한 잔 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아마도 오랫동안 배를 타면서 오전 8시 이전에 기관실에 내려가면 오일러들이 타 주는

커피를 마셔왔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커피 중에 테이터스 초이스를 좋아한다.

커피 중에 카페인을 뺀 디카페인 커피인 녹색 브랜드도 있지만 레드나 녹색이나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커피도 와인처럼 처음에는 색깔을 보면서 맛을 눈으로 느끼고, 두 번째로 향을 코로 들이킨다.

세 번째로 한 모금 입안에 넣고 혀를 굴리면서 맛을 음미한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목구멍으로 넘긴다.


불청객 당이 찾아오고 나서부터는 커피도 거의 끊다시피 했다.

어쩌다 지인을 만나서 커피숍에 가게 되면 초이스가 없으니까 아메리카노를 시킨다.

전에는 커피가 없으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커피 마니아였다. 모닝커피를 한 잔 하지 않으면 마음이 허전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아기 젖 떼듯이 커피를 멀리하고 살다 보니 어느새 커피 없이도 살 수 있게 되었다.


맥스웰이나 네스카페도 있지만 초이스를 선택한 것은 맛이 조금 순하기도 하면서 약간 감칠맛이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 인생도 태어나는 것 자체부터 선택으로부터 시작된다. 수억 개의 정자중에서 골인 지점인 난자까지의 마라톤에서 1등 아니면 2등은 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게 된 것이다.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할 때도 여러 가지 조건에 맞는 학교를 자신이 선택을 해야 했다. 물론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도움도 필요했지만 결국은 자신의 선택 여하에 달렸던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담배를 배우지 않았던 선택에 감사한다.

어릴 때는 집이 가난해서 담배를 살 돈이 없었기도 했지만 중학 3학년 때는 농땡이 친구들과 어울려 수업시간 마치고 쉬는 시간에 변소 칸에서 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가 남이 피우던 담배를 몇 번 빨기도 했었지만 맛을 들이기 전에 그만두었기에 다행이었다.


직업선택에서도 배를 타야 하는 선원직을 선택한 것도 감사한 일이다.

배를 타는 학교를 나왔지만 배를 타지 않았더라면 빚더미에 있던 우리 집안을 구제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서독 광부나 간호사들처럼 외화를 벌기 위해 외국선사에 송출선원으로 나갔었다.

빚을 다 갚고 동생들 대학까지 공부를 마친 다음 배를 내려 학교로 자리를 옮긴 것도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운동 중에 테니스를 선택한 것에도 감사한다.

골프도 있지만 골프를 하려면 회원권도 필요하고 시간과 돈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테니스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고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땀 흘려 운동하고 난 후 따끈따끈한 욕탕에 들어가 목욕하고 난 후 친구들과 어울려 시원한 맥주 한 잔 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케네딘가 클린턴인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미국 대통령 취임사 중에, '우리 앞에는 두 개의 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하나는 과거로 가는 다리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로 향하는 다리입니다. 우리가 어느 쪽으로 가든 우리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기억난다. 문정부는 '적폐 청산'이란 캐치 플레즈를 내걸고 미래로 나아갈 생각은 하지 않고 과거로 가는 다리를 선택하고 말았다. 타이머 신아라도 만들었단 말인가? 나라를 이조 임진왜란 전으로 돌려놓을 모양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림 대작과 원산지 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