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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두와 불도

by 남청도

대학 다닐 때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스피커를 통해서

출두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출두란 문자 그대로 날 출, 머리 두 즉 머리를 내민다는 뜻으로

어떤 곳에 몸소 나간다는 의미이다. "oo 학생 당직사관실에 출두"라는 아나운싱이 나오면

해당 학생은 당직사관실에 불려 가 간부들로부터 기합을 받거나 주의를 듣기 돼 있다.


출두라는 말은 왜정시대부터 사용하던 말로 우리한테는 별로 느낌이 좋지 않다.

지서 순사들이 칼 차고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독립운동이나 거동이 수상한 사람이 있으면

지서로 출두하라고 하여 멀쩡한 사람을 고문하여 병신으로 만들었던 그들이 아니었던가?

어감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하여 나중에는 '보고'라는 말로 바꾸었다. 사실은 '보고'라는 말보다는

'출두'가 의미상으로는 더 맞는 말이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 A20 Culture면에는 [경주서 통일신라 불도(佛頭) 발굴, "청와대 석불좌상과 쌍둥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여기서 말하는 불 두는 부처의 머리를 말한다.

경주 박물관 야외 전시장이나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사원에 가 보면 머리가 없는 불상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에 있는 머리 없는 부처는 아마도 숭유 배불정책을 내세웠던 이조시대에 파손된 것으로 보이며

보로부두르 사원에 있는 부처상들은 이슬람교도들에 의해 파괴된 것이라 한다.


이번에 발견된 불 두는 지난해 가을 경주 남산 약수곡 발굴 현장에서 땅을 파 내려가던 인부에 의해서 발견됐다고 한다. 신라문화유산 연구원은 3일 "남산 약수곡 제4지에서 통일신라시대 석불좌상에서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이는 불상의 머리를 발견했다"라고 밝혔다. 이 불 두는 석불좌상에서 남쪽으로 8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조사팀장은 "불도의 깨진 면을 석고 떠서 석불좌상과 맞춰보니 딱 맞았다"라고 한다. 절 터에 몸통만 방치돼 있던 "머리 없는 석불좌상"이 이번에 불도가 발견되면서 하나의 완전한 통일신라 석불좌상이 탄생하게 됐다고 한다.

이는 마치 조각가가 심혈을 기기 울려 돌을 쪼아 조각을 만들고 영혼들을 불어넣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낳았다고도 할 수 있다. 문화재는 종교가 다르다고 훼손해서도 안되며 해외로 빠져나간 우리 문화재도 되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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