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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걸음

by 남청도

며칠 전 연금공단에서 무료 디지털 교육이 있다고 해서 신청을 했더니

연락이 왔었다. 어제 2시부터 시작한다고 해서 미리 집을 나섰다.

전에 연금공단에 한두 번 가보기는 해도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지하철 2호선 문현역에서 하차하여 시민회관 앞으로 걸어갔더니

어디에도 연금공단이란 표시가 보이지 않았다.


인근 빌딩 안으로 들어갔더니 여직원이 체온계를 들이대며 체온부터 재더니

"어떻게 오셨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래서 "연금공단에서 교육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라고 했더니

연금공단은 밖으로 나가서 길을 건너 KT플라자에 있다는 것이었다.

도로 나와서 알려준 대로 KT플라자를 찾아갔더니 출입구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잠시 후 스마트폰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리더니 교육담당자가 "무슨 급한 일이 생겼습니까? 왜 안오십까?" 하는 것이었다. "지금 연금공단 위치를 잘 몰라서 찾고 있는 중"이라고 했더니 교육은 리모트로 진행된다고 했다.

괜히 헛걸음만 한 것이다.


어릴 때 시골에서 학교를 다닐 때였다. 학교는 동네에서 2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어느 한 겨울 자고 나니 온 천지가 하얗게 변해 있었다. 간 밤에 함박눈이 내려 쌓였던 것이다.

아침을 먹고 책보따리를 들고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길을 조심조심 걸었다. 길도 눈 속에 파묻혀 길인지 밭인 지

도무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신작로에선 길가에 서 있는 버드나무 때문에 어디가 길인지 표시가 났다.


양말을 신었지만 눈 속에 빠졌더니 고무신에 얼음물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손발은 금세 얼어 터질 것 같았다.

눈길을 뚫고 고생하여 학교에 갔더니 학생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내가 일착을 한 것이었다. 조금 기다리니

한 두 명이 나타났다. 수업이 시작될 시간이 되자 급사가 나와서 '눈이 많이 와서 오늘은 수업이 없으니 돌아가라'라고 했다. 괜히 헛걸음만 한 것이었다. 요즘 같으면 교육청에서 TV나 라디오 혹은 모바일 폰 문자 등으로

연락을 하겠지만 당시만 해도 전화도 없었으니 학교가 휴무라는 사실을 알 길이 없었던 것이다.

헛걸음을 하고 났더니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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