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단대목에 돈이 좀 필요했다.
대신동에 있는 주택에 전세들어 살던 사람이 아파트 당첨이 돼서
이사를 나간다는 것이었다. 석달전부터 인근에 있는 부동산 중개소에 몇 군데 내어 놓았으나
계약하러 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들어올 사람이 없으면 집 주인이 전세금을 내어주어야 할 판이다.
빌려준 돈도 조금 있어서 젠세금을 내 주어야 할 형편이니 돌려달라고 했지만 요즘 사업이 안돼서
죽을 지경이라고 하는 바람에 더 이상 조를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일단은 은행에 가서 신용대출을 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평소 자주 거래하는 농협에 갔더니 대출서류를 갖추어 오면 심사를 해 보겠다고 해서 동사무소에 가서
초본 등본 그리고 지방세 납부실적증명서를 떼어와 제출했더니 곧 전화연락드리겠다고 하더니만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가 지난 다음에서야 안된다는 것이었다. 자기들은 단위조합인데 농협중앙은행과는
다르다고 하면서 자기들과의 실적이 없다는 이유를 댔다.
'목마른 넘이 땅 판다'고 했던가? 당장 아쉬운 사람은 내다. 어디서든 돈을 빌려서 전세금을 내 주어야 한다.
며칠전에 신협에서 돈을 쓰라는 문자가 와서 인근에 있는 광안신협에 가서 대출이 되는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매달 들어오는 수입을 신협으로 옮기라는 조건이었다. 또 매달 정기적으로 지출되는 지출금도
신협에서 빠져 나가도록 하면 해주겠다고 했다. 신협이나 은행계좌나 별 차이는 없지만 암만해도 불편할 것 같았다. 그래서 센텀에 있는 농협에 가서 먼저 대출가능여부를 타진한 다음에 정 안되면 신협에서 빌리기로 했다. 센텀농협(은행)으로 가서 물어보니 신용대출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세 가지 방법이 있는 데 어느쪽을 선택할 것인지를 물었다. 농협에서 이미 담보대출을 받고 있고 일부는 갚았기 때문에 갚았던 금액만큼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담보대출을 받았던 지점으로 가야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 데 그렇게 하지 않고
삼천만원 한도인 신용대출을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마이너스 통장(오백만원)을 쓰고 있으니
삼천에서 오백을 제외한 이천오백을 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정도면 해결이 될 것 같아서 농협에서 대출을 받아서 전세금을 겨우 해결하였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서민의 입장에서는 당장 먹고 살기에 급급하므로 돈은 필수불가결하다.
어릴 때 차비가 없어서 대신동에서 초읍까지 걸어서 온 적도 있었다.
그 땐 커서 돈을 좀 많이 벌었으면 싶었다. 그런데 나중에 막상 돈이 어느 정도 손에 들어오니 더 이상의 돈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자리를 학교로 옮겼다. 학교로 자리를 옮기고 나니 월급이 1/3로 줄었지만 그래도 식구가 굶지 않고
생활할 수 있었다. 지금도 후회는 하지 않지만 돈이 조금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