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우리가 어릴 때는 모든 게 부족했지만 더러는 많은 것도 있었다.
그 중에 이와 벼룩도 있었다.
겨울에는 추워서 내복도 입고 겉옷도 입으니까 학교갈 때 옷안에 있던 이가 밖으로 기어나와
산보를 즐기기도 하였다.
학교 갔다 와서 양지바른 곳에 앉아서 옷을 벗어 이잡기를 하는 때도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벼룩도 있었다. 이는 슬로우 모션이라 잡기가 쉽지만 벼룩은 기민해서 한 번 놓치면 다시 잡기가
쉽지 않았다.
흔히 '뛰어봤자 벼룩'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아무리 벼룩이 멀리 뛰어 봤자 삼장법사 손아귀에
노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이들도 워낙 훈련이 돼 있어서 뛰는 방향과 거리를 미리 가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벼룩도 낯짝이 있어야지!'란 말도 가끔 쓰였다. 벼룩은 몸통이 작은 데다 낯짝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 하지만 대가리가 있으면 낯짝도 있기 마련이므로 그런 말이 생겨난듯 하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국민 앞에서 27번 거짓말, 이런 분이 대한민국 법무부장관'이란 타이틀 기사가 실렸다.
국회 속기록과 검찰 수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추장관은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대정부질문 등 세 차례에 걸쳐 최소 27회 검찰 수사 결과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추장관은 보좌관이 부대에 전화해 휴가를 연장한 사실과 관련,"그런 사실이 있지 않다","보좌관이 뭐 하러 그런 사적인 일에 지시를 받고 하겠느냐"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일관되게 "지시한바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28일 서울 동부지검 수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추 장관의 이 발언들은 모두 거짓으로 나타났다. 추장관은 보좌관에게 휴가담당장교의 연락처를 직접 전달했다.
보좌관은,"예 통화했습니다"라며 결과 보고까지 했다.
누구 말마따나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사람이 금수와 다른 것은 염치가 있기 때문이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하는 것은 사람이 낯짝이 없기 때문이다. 철판을 깔았어도 녹이 슬면 저절로 삭기 마련이다. 아무리 인내심을 발휘해도 그 때까지 기다릴순 없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