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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말이라도 꿰매야 보배

by 남청도

앞에서 친구들 사랑방에 걸린 편액의 한시(漢詩)가 중국 동진 도연명의 '사시'라고소개하면서

셋째연의 '추월양명휘(秋月揚眀輝)라고 돼 있어

아마도 '볼 명'자가 아니라 '밝을 명'자가 아닌가 하고 동기생들 카톡에 몇자 올렸더니

글자를 판 친구가 자기는 서예가로부터 글자를 받아서 팠으므로 고칠 수 없다고 하면서

옛날에는 밝을 명자를 눈목자변으로 썼다고 한다. 지금도 같이 쓰기도 하는데 날일변과 눈목 변은 글자 자체가 다르다. 날일자변에다 달월자를 붙이면 밝을 명자지만 눈목자변에 달월을 붙이면 볼명자가 된다.

그가 보낸 사진에는 밝을명자의 서예 글씨체를 여러개 실어보냈는데 눈목자변으로 된게 여럿 있었다.


일찌기 코리아를 '동방의 횃불'이라고 한 인도의 시성 타고로는

세상에서 어떤 사물과 상황을 표현하는 적확한 시어는 단 하나 뿐이라고 했다.

도연명이란 대시인이 明자와 眀지를 분간하지 못하고 쓸리는 만무하다.

원시에는 어찌돼 있나 하고 집에 있는 서가를 뒤적여봐도 도무지 찾을 길이 없어

지하철을 타고 장산역인근에 있는 교보문고로 갔더니 책이 별로 없었다.

컴퓨터로 찾아보기를 했더니 전부 재고 없음, 혹은 품절이라고 나왔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고 하더니만 그 맛제비가 돼 버렸다.


집구석이 비좁아 책을 여기저기 늘어 놓고 서가도 이중삼중으로 세워 놓았더니

찾을 길이 없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필요할 때 찾을 수가 있어야 하는 데 책을 다시 옮기려고 하니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내일은 센텀에 있는 교보문고라도 나가봐야 겠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서예작품에는 날일자변의 밝을 명자가 대부분이고 간혹 눈목자변의 볼명자도

쓰인 작품도 눈에 띈다. 어느 글자가 맞는지, 아니면 둘 다 쓰는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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