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꽤 괜찮은 사람이야.

by pahadi
저는 이런 제 모습도 좋은걸요!


저녁 먹으러 간 식당에서 우연히 한 가족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딸에게 아빠는 살 좀 빼라고 말했다. 살 빼라고 조언한 아빠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살이 쪘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또 건강상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한창 외모에 관심 많을 나이인 딸은 재기 발랄하게 대답했다. "저는 이런 제 모습도 좋은걸요!" 귀 기울이던 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우린 너무 쉽게 다른 사람의 단점을 이야기한다. 외모에서부터 행동, 성격, 집안까지. 그리고 공평하게 자신의 단점도 작정이라도 한 듯 열심히 찾는다. 살은 쪘고 잘하는 것도 없다. 내세울 집안도 아니고 돈도 없다. 쉴 새 없는 단점 찾기 속에 나는 정말 그렇게 형편없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래, 모두 다 사실이다. 나는 뚱뚱하고 키도 작다. 말주변도 없고 내세울 특기 하나 없다. 하지만 틀린 것이 있다. 이것이 사실이지만 단점은 아니다.


인생에서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해석이다.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사실들을 바꾸는 데는 많은 시간이 들지만 우리는 지금 당장이라도 나에게 주어진 조건들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다. 말주변이 없어 좋은 청자의 역할을 자처한다. 키가 작아 길게 나온 바지를 찾아 헤맬 필요 없이 어떤 옷이든 줄여 있으면 된다. 늘어난 몸무게야 이 참에 새 옷을 장만할 좋은 이유다. 잘하는 것이 없다고? 딱히 특출 나게 못하는 것도 없다.


지금의 나도 참 괜찮다는 것을 우리는 더 많이 잃기 전에 깨달아야 한다. 잘 살펴보면 매력적인 구석 하나쯤은 있을 테고, 밥 굶지 않을 만큼 벌면 능력 있는 거고, 오늘 들어가 편히 쉴 집이 있지 않은가. 그러니 너무 스스로에게 빡빡하게 굴지 말자. 지금 나도 참 괜찮다. 그다음 바꿀 수 있는 것들은 천천히 바꿔나가도 좋고, 아니면 말고.

이전 10화편한 인생이 어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