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이 있겠지.

by pah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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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이해가지 않는 일들이 많다. 이해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때면 화가 난다. 내가 맞다고 네가 틀리다고. 화내 봤자 나만 손해지만 참는 게 억울해 화라도 낸다. 열심히 화를 내고 나면 나까지 아니, 때론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된다. 감정은 감정대로 쏟고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데 이 무슨 짓일까. 차라리 그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 그럴 때 내가 자주 쓰는 마법의 말이 있다. '사정이 있겠지.' '이유가 있겠지.' 간단하지만 효과는 좋은 편이다.


별 것도 아니 일에 세상이 무너질 듯 화내는 그 사람은 최근에 억대 사기를 당했을지 모른다. 아침에 부부싸움을 크게 하고 나왔을지 모른다. 집에 큰 우환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일을 한두 번 당한 게 아니라 쌓인 화가 터진 것이겠지.


새치기하고 가는 저 차는 급히 병원에 가는 길일지도 모른다. 헤어진 연인을 붙잡으러 가는 길일지도 모르지. 혹시 결혼식에 늦은 신랑 신부가 타고 있을 수도 있고! 다들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내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가 그의 사정을 안다면 지금 화낸 것을 후회할 거야.


사실 저 분노는 나를 향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냥 못 본 척 넘겨도 된다. 나에게 괜히 화풀이한다고 더 화내지 말자. 당신이 한 번만 넘어가 준다면 그 사람은 곧 괜찮아질 것이다. 나도 오늘 일은 자고 일어나서 잊어버리면 그만이다.


그 사람의 쓸데없는 참견은 정말 나를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그의 순수한 의도를 알아챘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 여유를 가져야 한다. 지나갈 수 있는 일을 잡고 늘어져 서로에게 진한 상처를 남기지 말자.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순간이 와서야 후회하면 늦는다. 그러니 흘려보낼 수 있는 일은 흘려보내자. 별 거 아닌 일을 별것으로 만드느라 중요한 일들을 놓칠 수도 있다.


모두 나름의 사정이 있다. 너무 깊이 알려고 하지도 말고 때론 그냥 그러려니 하자. 사정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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