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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hadi Apr 05. 2021

그림일기 - 꽃구경






봄은 매년 찾아오고 내 마음도 매년 설렌다. 소복하게 핀 벚꽃이 눈송이처럼 날리는 풍경 속을 엄마와 준이와 함께 걸었다. 한 때는 혼자서, 한 때는 지나간 인연과 걸었던 꽃길을 지금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걷는다.


기차에서 바라본 풍경처럼 인생의 모든 것이 참 빨리도 지나간다. 혼자였던 내가 결혼으로 둘이 되고 아이를 낳아 셋이 되었다. 엄마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고 가끔은 아줌마라는 새 호칭으로도 불린다. 어느새 우리 엄마 얼굴에 세월이 흰 눈처럼 쌓였고 울기만 하던 아들은  두 다리로 씩씩하게 걷는다. 모든 것이 봄날처럼 짧게만 느껴진다.


앞으로 내게 남은 봄은 몇 번일까. 매번 사는 게 고되다 말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봄 햇살 아래 흩어지는 꽃송이들을 바라보니 그저 오래만 살고 싶다. 쌓여가는 꽃송이처럼 쌓여가는 시간, 쌓여가는 추억. 내년 봄은 더 풍성하게 아름다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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