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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hadi Jun 04. 2021

그림일기 - 엄마 브이♡







어린이집에서 가족사진을 보내라는 연락이 왔다. 급하게 스마트폰 갤러리를 뒤져보는데 아무리 찾아도 준이 사진이나 준이와 남편 사진뿐이다. 가족사진은 커녕 내 사진 자체가 멸종. 결국 돌 때 찍은 가족사진을 보냈다. 원래부터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간간히 놀러 갈 때는 몇 장 남기곤 했는데 요새는 그마저도 전무하다. 이유야 많다. 귀찮고, 마스크도 꼈고, 무엇보다 초췌한 모습 남기기도 싫고...


아이와 함께 나갈 때면 화장은커녕 머리를 단정하게 정리할 시간도 없다. 분명 가족과 함께 있는 행복한 시간인데 마라톤이라도 뛰다 온 사람처럼 왜 이리 지쳐 보이는지. 아이 키우느라 잊었던 3년 동안 세월의 흐름은 잊지 않고 켜켜이 쌓였다. 오랜만에 본 사진 속의 나는 낯설기만 하다. 솔직히 말하면 사진 속의 내가 싫다. 지저분한 머리에, 대충 입은 옷차림, 찡그린 얼굴. 결국 그냥 내가 싫은 걸까?


그렇게 나와도 멀어지고, 사진과도 멀어지는 사이, 아이는 자랐다. 훌쩍 자란 아이는 요즘 엄마 사진 찍기에 빠졌다. 요리조리 포즈도 요청해 가며 열심히 내 사진을 찍어준다. 예쁜 모습은 아니지만 아이가 찍어준 사진이라 지우지 못한 사진이 차곡차곡 쌓인다. 이 수많은 사진들만큼 엄마를 사랑한다고 생각해도 될까? 나도 나를 좀 더 사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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