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B와 D 사이

by pahadi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왔지만 선택은 늘 어려운 문제다. 뭘 먹을까, 뭘 입을까부터 누구와 결혼해야 할까, 어디 살아야 할까, 어떤 일을 해야 할까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닥쳐오는 선택의 순간은 늘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한다.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최상의 결과를 원하기 때문이다. 투입 가능한 현실을 계산하고 오지 않은 미래까지 예상하며 최고의 선택을 하기 위해 고민하는 일은 인간의 이성이 하는 일 중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닐까. 물론 나란 인간은 이성보다 직감에 따르는 경우가 더 많지만. 오늘도 나의 선택으로 기차가 선로를 바꾸듯 인생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재고 따진다.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장점과 단점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최고와 최악을 가정하는 노력만큼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가는 미지수다. 사실 내 고민의 시간만큼 늘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생각한 장점과 단점이 틀릴 수도 있고 예상한 대로 미래가 펼쳐지지도 않으니까.


선택이란 늘 그런 것이다. 완벽한 선택이란 없다. 좋은 선택이란 비교우위를 말하는 것인데 가보지 않은 길을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저 신중히 선택한 후, 이것이 최선이었다고 믿는 수밖에. 인생은 어차피 자기 합리화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을 때가 있다. 머릿속에 아득해지고 나의 이성은 어디론가 꽁꽁 숨어버린 때. 그럴 때 스스로를 재촉하다가는 최악을 선택을 하게 될 수 있다. 내 짧은 경험에 비추어보면 가장 좋은 방법은 기다리는 것이다. 뿌연 흙탕물도 시간이 지나면 부유물이 가라앉는다. 뿌연 흙탕물을 재촉하며 휘저어봤자 더 탁해지기만 할 뿐이다. 기다리면 어지러운 머릿속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좋은 생각이 오롯이 떠오르는 순간이 온다.


때로는 극단적인 가정을 한다. 내일 죽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너무 즉흥적이거나 쾌락만 좇는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지만 사실이지 않은가.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 당장 죽어도 후회 없는 선택. 이 얼마나 멋진 선택인가. 죽음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복잡한 머릿속을 단숨에 단순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언제나 Simple is best.


우리는 매 순간 선택한다. 그리고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그 모든 것은 언제나 우리의 최선이다. (다른 길로 갔어도 거기서 거기였을 것이다.) 그러니 너무 후회하지 말자. 너무 걱정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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