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특별하다

by pahadi


어릴 적부터 나는 늘 평범했다. 평범 혹은 평범보다 살짝 떨어지는. 물론 아무런 기준은 없다. 내가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했을 뿐. 일종의 열등감이었겠지. 친구들은 항상 나보다 더 많이 가지고 더 행복해 보였다. 그때마다 나중에 보자고 더 나아질 미래를 상상하며 나를 위로했다. 나는 나를 나비 애벌레쯤으로 생각했다. 지금은 작고 볼품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화려한 나비가 될 그런 존재.


하지만 그건 어린아이의 희망찬 착각이었다. 나는 나비 애벌레가 아니라 그냥 애벌레였다. 그때는 작은 애벌레, 지금은 큰 애벌레. 시간이 지나도 애벌레는 그저 애벌레일 뿐이었다. 나비와는 탄생부터 다른 존재였다. 그렇게 내 인생이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만 지나면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상은 돌멩이 갖다 놓고 닭알 되기를 바라는 일처럼 허무맹랑한 것이었다.


그렇게 평범함을 인정하고 가능성에 한계를 지었을 때쯤 나는 생활인이 되었다. 돈을 벌어 생계를 책임지고 미래를 준비해야 했다. 더 이상 헛된 희망은 품지 않았다. 나는 소박하게 벌고 내 벌이만큼의 꿈을 꾸었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줄이니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그냥 이 정도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늘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출근하고 퇴근하고 생필품을 구매하고 과소비는 하지 않고 공과금을 내고 아끼고 아껴 일부는 저축하는 그런 생활을 죽을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 심장을 답답하게 했다. 내 삶은 매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고장 난 라디오 같았다.


나에게는 특별함이 필요했다. 내가 살아야 하는, 굳이 살아야만 하는 당위성을 찾아야 했다. 모두 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일이 있다고. 설령 아니더라도 나는 믿고 싶었다. 온 인류를 통틀어 똑같은 인간은 하나도 없으니 내가 특별하지 않을 수 있냐고.


그렇게 나는 다시 결심했다. 화려한 나비가 되지는 못해도 특별한 애벌레가 되자고.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돌아보면 늘 남보다 잘하고 싶었고 그래서 힘들고 불행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잘난 점과 나를 비교하다 보면 당연히 패자는 나였다.


특별함은 우월함과는 다르다. 그건 비교 대상이 필요 없는 것이다. 바깥세상은 신경 쓰지 말고 나의 세계에서 즐겁게 놀면 그만이다. 가장 넓은 세상은 내 안에 있다.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 덕에 유명해진 마틴 스콜세지의 말처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그리고 최소한 나만은 끝까지 나의 특별함을 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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