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공감

by pahadi

자존감보다 더 효과적인 건 자기 공감이라고 한다.


자존감을 가지려면 일종의 성공 경험이 필요하다. 내가 인정할만한 어떤 성과가 있어야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주관적인 기준이라고 해도 그게 어디 쉽나. 가만히 내가 성공했던 경험을 떠올려본다. 아, 까마득한 옛날이여.


반면에 자기 공감은 있는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나로 충분하다. 그 어떤 성과도 필요 없다. 세상의 잣대에 한참 벗어나 있는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잘해주는 것.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주는 것. 사소한 징징거림에도 귀 기울여 주는 것. 그것이 자기 공감이다.


봄이 와 제 때 씨를 뿌리고, 비와 햇살의 도움을 받고, 거름을 부지런히 뿌려도 모든 씨앗이 싹을 틔우는 건 아니다.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무슨 변명이 필요한가. 그냥 그럴 때도 있는 거지. 스스로에게 말해주자. 괜찮아. 다 괜찮아. 그럴 때도 있는 거야.


오래 살다 보면 그 씨앗이 또 거름이 되어 언젠가 튼튼한 뿌리가 되고 싱그러운 초록이 될 수도 있을 거다. 혹 아니어도 괜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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