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에서 처음 말을 배운 나는 전라도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그보다 더 긴 시간을 서울 근방에서 보내고 있다.
느긋한 충청도 사투리는 금세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에 녹아들었다. 내 유년시절의 기억은 대부분 전라도에서 출발한다. 부모님께서도 여전히 전라도에 살고 계시기 때문에 누군가 고향을 묻는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전라도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웬걸. 오랜만에 간 고향에서 들리는 전라도 사투리가 왜 이리 낯선지.
전라도에서 학교 다닐 땐 친구들이 서울말을 쓴다며 신기해했다.(정확히는 충청도 사투리였지만) 내 말투에 녹아있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는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나는 조금 다른 아이였다. 그리고 서울에 살게 되면서 정확히 알게 되었다. 아! 내 말투가 특이하구나.
서울에서 보낸 시간이 길어지면서 '의사'를 더 이상 '으사'라고 발음하지 않게 되면서 내 말투는 더욱 미궁으로 빠졌다. 충청도와 전라도 그리고 서울 그 어딘가. 그렇게 내 말투는 영원히 이방인의 길 위에 놓였다. 아니, 다르게 생각하면 모든 곳에 속한 것일 수도 있지.
뭐 아무렴 어떠냐 이러나저러나 나는 나인데. 다만 나는 친절한 말투를 쓰고 사람이고 싶다. 그 누군가의 마음에도 상처 주지 않는 부드러운 말투.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다정한 말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