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고 싶지만 부자가 될 만큼 열심히 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밤을 새워서라도 뚝딱 해내고 싶지만 그만큼 체력이 안 된다는 걸. 완벽하고 싶지만 완벽이란 거리가 멀다는 걸 이제 어느 정도 받아들였다.
나는 위염에 걸려도 커피를 못 참고 양배추즙을 들이부으며 디카페인 커피를 찾아 마시는 사람이란 걸.
나와 어느 정도 타협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된다는 것은 또 새로운 문제였다. 내 뱃속에 꿈틀꿈틀 새 생명이 자리 잡고 시간은 순식간에 나를 엄마로 만들었다.
이왕 엄마가 되는 거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먹이기 위해 부지런히 요리하는 엄마. 아이의 눈높이에서 잘 놀아주는 엄마. 늘 온화하고 다정한 엄마. 아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엄마.
하지만 나는 그런 엄마가 아니었다. 요리에는 영 취미가 없고, 아이와 놀아주는 것도 중요했지만 내 일도 너무 중요했고, 가끔은 욱 해서 아이에게 소리를 지를 때도 있었다. 나는 거룩한 모성애를 가지지 못한 나를 원망했다.
내 손으로 7첩 반성을 차려주지 못해 아이가 허약한 것 같았고 아이가 혼자 놀 때면 쪼르르 달려가 읽던 책을 뒤적거리는 내가 싫었다. 내가 볼 때 엄마로서 나는 늘 직무유기였다.
작은 원망들이 쌓여 점점 우울해졌다. 아무도 내게 강요하지 않은 것들을 스스로 강요하며 시름시름 앓았다. 인정이 필요했다. 나는 그런 엄마가 될 수 없다는 걸. 타협이 필요했다. 내 방식대로 적당히 잘하는 엄마가 되자고.
아이를 위해 내 시간을 온전히 쏟아붓지는 못해도 그림 그리는 내 옆에 아이가 서성거릴 때 그림도구를 내어주며 함께 그릴 수는 있다. 7첩 반상을 내 손으로 차려주지는 못해도 비행기 소리를 내며 재미나게 밥을 먹여줄 수는 있다. 항상 온화하고 다정한 엄마는 아니지만 자주 행복한 엄마는 되어줄 수 있다.
이 정도가 내가 될 수 있는 엄마. 나는 그냥 그런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