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의 날

by pahadi

준이와 동네 상가를 지나는데 새로 연 가게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오늘 정식 오픈했는데요. 고기가 싸고 좋아요. 한번 와주세요."


"오늘 오픈하셨어요? 축하드려요. 꼭 갈게요."라고 말하며 전단지를 받고 가던 길을 가는데 준이가 물었다. "엄마 왜 축하해요?"


" 아~ 오늘 가게를 처음 여셨대. 모든 시작에는 박수를 보내줘야 돼. 시작은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 준이가 이해할지 못할지 모르는 말을 건넸다.


그 순간 나의 숱한 시작들이 떠올랐다. 매년 3월 2일 새 학기가 시작된다. 새 교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왜 그렇지 무거웠는지. 차마 문을 열지 못해 뒷문 손잡이를 꼭 잡고 깊은 한숨을 들이마시던 순간이 생생하다. 아직도 가끔 그 꿈을 꾼다. 학교를 졸업하며 가장 좋았던 일은 더 이상 두려운 3월 2일을 맞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어른이 된 내 앞에 엄청난 시작들이 대기 중이라는 것을 그땐 몰랐으니까.


처음 직장인이 되던 날. 돈을 쓰는 일과 돈을 버는 일이 얼마나 다른지 무섭도록 깨닫던 그날. 처음 엄마가 되던 날. 이 작은 생명의 생존이 내 손에 달렸다니. 어쩌면 좋냐며 아득한 두려움이 밀려오던 그날.


오늘까지도 나는 시작에 능숙한 사람이 아니다. 생각만 해도 쿵쿵 가슴이 떨리니 평생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시작 앞에서 나는 늘 핑계대기 바빴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아닐지도 몰라. 괜히 골치만 아파지지. 어차피 잘 안될걸.


오늘 시작하는 그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낸다. 이따 오는 길에 약속대로 꼭 그 가게에 들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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