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수목금토일

by pahadi

월요일이 너무 싫어서 주식에 돈을 아주 조금 넣어두었다. 누군가 주식 때문에 월요일이 기다려진다는 말을 듣고 나도 따라 해 보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월요일은 여전히 싫지만 월요일 아침에 기대 한 스푼 더해진 걸로 만족한다. 주식이 떨어질 때가 더 많지만 그걸 확인하기 전까지의 기대가 좋은 거니까(그만큼 적게 넣어놨다는 뜻이다.)


목요일과 토요일은 복권 당첨 발표날이다. 목요일에는 연금복권, 토요일에는 로또. 운이 좋은 편도 덕을 많이 쌓은 것도 아니지만 열심히 복권을 산다. 이런 재미라도 없으면 어떻게 일주일은 버티나(복권을 사지 않는다는 건 정말 모든 의욕을 잃어버렸다는 거다.)


금요일은 말해 무엇하랴. 일주일 중에 가장 좋은 날은 고르자면 당연히 금요일이다. 끝을 향해 달리는 크리스마스보다 설렘 가득한 크리스마스이브가 더 좋은 건 나란 인간의 오랜 취향. 맛있는 건 가장 나중에 남겨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일은 그래서 금요일.


지지부진한 화요일엔 출근길에 커피를 산다. 건강 때문에 커피를 점점 줄이고 있어 커피는 주중 1잔, 주말 1잔으로 제한했다. 그 귀한 주중 1잔이 바로 화요일이다. 조금 쌀쌀해진 아침 공기와 함께 마시는 뜨끈하고 고소한 라테 한잔이면 화요일 아침도 충분히 견딜만하다.


수요일엔 주말에 읽을 책을 주문한다. 새로 이사 온 동네에서 가장 아쉬운 건 바로 서점이 없다는 것. 가장 가까운 도서관도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사자고 나에게 호의를 베풀었다. 수요일쯤 주문해둔 책은 적어 주말 전에 도착한다. 외출하기 힘든 요즘은 카페 투어 대신 새 책으로 주말을 보낸다. 반질반질한 새 책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엔 늘 내가 꽤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렇게 중간에 한번 돈을 써줘야 물욕이 폭발하는 걸 막을 수 있으니 사실 절약의 비법인 셈이다.(라고 합리화한다.)


그렇게 월화수목금토를 지나 오늘은 일요일. 일요일은 합법적으로 암묵적으로 늦잠을 잔다. 우리 가족은 일요일 아침엔 아무도 나를 깨우지 않는다. 깨워서는 안 된다. 그렇게 느지막이 하루를 시작하면 금세 해가 진다. 피곤하지 않은 채로 맞이하는 밤의 고요함은 왠지 사람을 희망차게 만든다. 다음 주도 견딜만할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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