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밤, 미션 클리어

by pahadi

이제 슬슬 자볼까. 낮잠을 거른 탓에 일찍 잠에 든 준이 옆에 나도 몸을 뉘인다. 차갑고 부드러운 베개의 촉감이 달콤하게 느껴지는 순간 익숙한 듯 낯선 감각이 더해진다. 이 찝찝하고 축축한 건...


준이가 자는 동안 실수를 한 모양이다. 푹신하게 자는 걸 좋아하는 준이는 이불이며 베개며 인형이며 온갖 푹신한 것들을 잠자리에 모아둔다. 켜켜이 쌓인 천과 솜 사이로 노란 그것이 잔뜩 스몄으리라. 덕분에 방바닥은 아주 뽀송뽀송하다.


몇 차례 경험에 의하면 준이는 자신이 이불에 쉬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엄청나게 울 것이다. 어린아이가 잠자리에서 실수할 수도 있는 건데 그 일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우는 모습 오늘은 보고 싶지 않다. 당혹감과 좌절감이 섞인 울음은 아이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니 절대 이 사실을 준이가 알아선 안된다.


아주 조용히 일어나 최소한의 밝기로 조명을 켠다. 먼저 꺼낼 수 있는 젖은 이불과 인형들부터 옮긴다. 바닥에 깔린 이불 위에는 마른 이불을 덧깔고 나머지는 내일 생각하기로 한다. 이제 남은 건 준이 옷 갈아입히기. 사나운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거는 것 같은 비장함이 감돈다.


바지를 갈아입히는 건 생각보다 쉽다. 많이도 젖었네. 그동안 얼마나 찝찝했을까. 그다음은 윗도리. 윗도리가 난코스다. 살금살금 팔을 빼는 건 성공. 머리에서 윗도리를 낑낑 벗겨내는데 준이가 짧은 짜증을 낸다. 다행히 성공.

입히기 쉽게 앞 단추가 있는 내복으로 갈아입힌다. 다시 뽀송뽀송한 밤이 찾아왔다. 휴- 미션 성공. 이제 나도 편히 잘 수 있겠다.


준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일어나! 아침이야." 여느 때와 같은 밝은 미소와 함께. 간밤에 소란은 꿈에도 상상 못 하는 평범한 아침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한 아이의 웃음을 언제까지 지켜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엄마품에서는 더 적게 울고 더 많이 웃길 바랄 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월화수목금토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