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이곳저곳이 아프다. 감기 몸살이 떨어지지 않고 겨울이 되니 건조해서 안구건조증이심해졌다. 만성위염으로 늘 조심하지만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속이 불편하다. 사소한 병이지만 고질적으로 싸우다 보면 꽤 우울해진다. 큰 병이라도 걸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은 커지고 늙고 약해져 갈 남은 날들이 두렵기만 하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튼튼한 물건도 몇 년 지나면 여기저기 고장 나기 마련인데 33년째 험하게 쓰이고 있는 내 몸이야 오죽하겠나. 물건도 고장 나면 고쳐 쓰거나 버려지는 법. 버릴 수 없으니 어쩌겠나 다 고쳐가면 사는 거지. 완벽한 것이 어디 있을까.
건강뿐만 아니라 나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늘 여기저기 새고 찢어지고 구멍이 난다. 일상의 사소한 굴곡들은 나의 부정적인 성향과 합심하여 나라는 존재를 거세게 위협한다. 게다가 망상가 기질도 다분하여 일어나지도 않은 최악의 상황들까지 상세하게 그려내며 내 머릿속을 뒤집어 놓는다. 현재의 문제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미래의 문제들은 종일 나를 괴롭히고 그 끝은 항상 스스로에 대한 비난과 자책으로 이어진다.
그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신세 한탄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라는 인간을 갖다 버릴 수도 없으니 임기응변으로 아슬아슬 위기를 넘긴다. 듣고 싶은 말로 가득찬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깔깔 거리며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보며 유야무야 위기를 넘긴다. 이것조차 약발이 다되면 자본주의의 노예를 자처하며 쇼핑 중독 직전까지 물건을 사대거나 알코올을 힘을 빌려본다. 가끔은 멀리 여행을 떠나 일상으로부터 도피도 해 보고 친구가 질려 달아날 때까지 하소연해보기도 한다. 이 방법 저 방법 돌려 막다 보면 내 인생에도 저녁노을이 지겠지.
한 고비 넘기면 기다렸다는 듯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온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문제들을 해결하다가 인생이 끝날 것만 같다.(아니, 정말 그러겠지.) 하지만 이 불완전한 인간과 함께 고군분투하며 인생이라는 레이스를 완주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포기하지 않고 여기저기 고쳐가며 그래도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 내 인생의 사명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