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최초로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세대가 될 거라고 한다. 내가 초등학교 때 IMF가 터졌다. 그리고 IMF 때문에 6년 동안 기다린 수학여행이 취소되었다. 아쉽기는 했지만 생각했다. 내가 어른이 될 때쯤엔 괜찮아지겠지.
하지만 불행히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다. 20년 전에는 내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았으니 뚜렷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이 희망적인 시대는 아니다. 가난하다는 것은 더 이상 개인의 탓이 아니다. 노력이 부족하다는 능력주의는 이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다.
갈수록 성공의 문은 좁아진다. 누군가 성공하려면 다수는 실패해야 한다. 몇천 대일의 경쟁률은 기본인 사회에서 확률로 따지면 대부분은 패자 일터. 최선을 다하라는 가르침에 익숙한 우리는 건강한 패자가 되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실패라는 건 그저 숨죽이고 자책하며 눈물로 지워내야 하는 것이었다.
승자보다 패자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시대에 이기는 법보다 지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무너질 때 안전하게 무너지는 그런 기술. 그래서 실패해도 너무 많이 다치지 않고 조금 쉬었다가 다시 길을 떠날 수 있는 그런 능력 말이다.
지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다음에 더 열심히 하라는 말은 지금까지 쏟은 노력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부정하는 것이다. 실패를 인정하고 져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여유와 나라는 존재와 실패를 동일시하지 않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시 도전할 용기까지 갖춘다면 더할 나위 없고.
실패는 쓰지만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성공보다 흔한 것이 실패다. 질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니, 질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도 연속된 실패가 또 다른 실패로 이어질 거라고 단정하진 말자. 성공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가능성이다. 우리는 언제든 실패할 수 있지만 언제든 성공할 수 있다. 비관론보다는 낙관론이 훨씬 낫다.
올해 실패했다고 슬퍼하지 말자. 흔하디 흔한 것이 실패다. 그래도 무언가 했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내년에도 열심히 지자.그리고 가끔 찾아오는 성공을 열심히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