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라고 기쁘담.

by pahadi


1. 양말은 내게 보온을 위한 '검정 양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무튼, 양말>이라는 책을 읽고 나도 멋진 양말을 가지고 싶어 졌다. 심사숙고해 고른 양말은 크리스마스 특별 에디션으로 나온 따뜻한 울 양말. 괜히 기분 좋은 월요일이다. 누군가 무심하게 나를 챙겨주고 있는 기분. 아무도 모르는 설레는 비밀이 하나 생겼다. 이게 양말의 힘인가.


2. 책을 읽다가 <폰 쇤부르크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에서 인용된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읽어봐야겠다 싶었는데 이런! 절판된 책이란다. 이럴 땐 도서관 밖에 답이 없는데 미세먼지와 추운 날씨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느새 몇 달이 훌쩍 지났다. 우리 인연이 꽤 질겼는지 오늘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내가 게으름을 피우는 몇 달 사이 재출간이 된 것이다. 내 게으름과 안목 높은 출판사님 덕에 이 책이 내 책장까지 오게 되었다. 읽어보니 역시나 재밌다. 폰 쇤부르크씨 덕분에 가난해도 우아해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찬 날이다. 역시 게으르길 잘했어.


PS. 부자 되는 것보다 이 책을 읽는 편이 훨씬 빠르다.


3. 공부 스트레스를 예쁜 노트와 신상 볼펜으로 풀던 문구 덕후는 생활인이 되며 변심했다. 이제 육아와 살림 스트레스를 육아용품과 주방용품으로 해결 중. 그래도 매해 연중행사로 다이어리를 준비하는 것만큼은 여전하다. 오랜만에 문구용품을 구경하는데 역시나 내가 사랑했던 그것들답게 하나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다. 다이어리와 함께 스티커까지 하나 샀다. 예쁘다고 사서 아깝다고 쓰지도 못한 스티커들은 세월에 시달리며 접착력을 잃고 자신들의 본질도 잃어갔다. 내 이제 스티커는 사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예쁜 것에 이길 힘이 없다. 대신 스티커가 스티커다울 때 마음껏 붙여주리라. 내 보물 1호인 노트북과 아이패드에 덕지덕지 아름답게 붙여주었다. 귀여운 곰과 어리숙한 발레리나가 HANDLE ME WITH CARE이라는 문구와 함께 자리 잡았다. 이게 뭐라고 기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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