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 정성을 들인 일은 분명 반짝반짝 윤이 난다

by pahadi

생각해 보면 어릴 적 소꿉놀이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생각한다. 동네 이곳저곳을 돌며 사금파리들을 모은다 멀쩡한 사기그릇을 보면 보물이라도 발견한 기분이다. 지극히 예스러운 문양이 새겨진 그릇들을 모아 이슬 머금은 풀로 잘 닦는다. 그렇게 하나둘 모은 살림사리는 다음날 놀이를 위해 덤불 속에 꽁꽁 숨겨둔다.(집에 가져가면 분명 엄마에게 혼이 났을 거다) 그래도 혹여 누가 가져갈까 마음이 두근거린다.


어디선가 주워온 빨간 벽돌을 날카로운 돌로 살살 긁어낸다. 붉은색 고운 가루는 고춧가루 역할을 한다. 풀을 뜯어다가 살짝 으깨 즙을 내고 벽돌 고춧가루와 섞으면 그럴싸한 김치가 완성된다. 검은색 열매를 잔뜩 뜯어 으깨면 포도잼이 되기도 한다. 때론 풀과 섞고 꽃을 얹으면 이름 없는 멋진 요리가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손끝과 옷 군데군데에 검은 물이 든다. 어른이 되어 찾아보니 미국자리공의 열매다. 어릴 적 내 옷 곳곳에 물들었던 열매의 이름이 참 낯설다. 아무렴 어떠랴 우리에겐 그냥 가짜 포도다. 계란꽃이라고 불리던 개망초를 뜯어 계란 프라이까지 차려내면 한상차림 완성이다.


사금파리들을 보물처럼 아끼고 제법 요리다운 것을 만들기 위해 머리와 손을 바쁘게 움직이던 우리는 늘 진지했고 진심이었다. 마스다 미리의 <귀여움 견문록>을 읽는데 공감되는 구절이 있었다.


참고로 납작한 돌은 발로 차면 비교적 반듯하게 날아가지만 너무 납작하면 차기 어렵고, 동그란 돌은 차기 쉽지만 굴러가서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난점이 있다. 적당한 돌멩이를 발견하는 것도 센스가 필요했다. - 마스다 미리의 <귀여움 견문록> 중에서-


그렇다. 세상에 그냥 되는 일은 없다. 사방치기 돌 하나 고르는 데에도 정성이 들어간다. 고르고 고른 사방치기 돌은 분명히 제 자리로 쏙 들어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정성이 들인 일은 분명 반짝반짝 윤이 난다. 반짝반짝 빛나는 내 어린 시절처럼, 사방치기 판에서 반짝반짝 멋진 돌처럼.


에어기타는 허공에 기타 없이 맨손으로 기타 치는 흉내를 내는 것이다. 쓸데없는 장난으로 보일 수 있지만 엄연히 국제 대회까지 있다. 정성을 쏟아 만들어낸 현란한 손동작은 경외심마저 든다.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만드느라 손끝을 검게 물들이고, 사방치기 돌을 고르느라 몇 개의 돌을 들었나 놨다 고민하고, 허공에 현란한 손짓으로 기타 흉내를 내는 우리는 늘 진지했고, 늘 진심이었고, 늘 즐거웠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은 분명 우리는 반짝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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