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은 천지개벽을 하듯이 갈라진다. 수박이 두쪽으로 갈라지는 순간, '앗!' 소리를 지를 여유도 없이 초록은 빨강으로 바뀐다. 한 번의 칼질로 이처럼 선명하게도 세계를 전환시키는 사물은 이 세상에 오직 수박뿐이다. 초록의 껍질 속에서 영롱한 씨앗들이 새까맣게 박힌 선홍색의 바다가 펼쳐지고, 이 세상에 처음 퍼져나가는 비린 향기가 마루에 가득 찬다. - 김훈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
나는 특히 몇 개의 지하철 구간이 한강을 지날 때, 갑자기 시야가 밝아지며 밖이 보이는 장면을 좋아하는데, 마치 누군가 아름답고 소중한 것을 덮개를 닫아 보관하다가 짜잔 열어 보이는 것만 같다. 그 순간 한강은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듯 그 계절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보여준다. - 유병욱 <없던 오늘>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