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人

by pahadi

스마트 워치를 샀다. 다양한 기능이 있지만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스트레스를 측정해주는 것이다. 드디어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수치로 증명할 수 있겠다.


스트레스 지수는 초록색부터 붉은색으로 표시된다. 스트레스가 낮으면 초록색에 가깝고 스트레스가 높으면 붉은색에 가깝다. 처음 스트레스를 측정하니 붉은색. 평균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스마트 워치를 풀러 남편 손목에 채우고 스트레스 측정 버튼을 눌렀다. 남편은 초록색. 내가 이겼다. 거봐! 내가 더 힘들다고 했잖아. 이 비참한 승리는 무엇인가.


남편은 무엇이든 잘 흘려버리는 성격이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얽매이지 않고 훌훌 털어버린다. 가끔은 너무 잊어버려서 탈이긴 하지만(우리의 첫 데이트 장소에 다시 갔는데 그 무엇도 기억하지 못했다!) 반면 나는 무엇이든 꽁꽁 싸매어둔다. 좋은 일은 작게, 나쁜 일은 크게, 없던 걱정까지 모아 모아 묵직하게 쌓아둔다. 장점이라고 한다면 무엇이든 잘 기억한다는 것? 단점은 뒤끝 작렬과 건강악화 등 수없이 많으니 패스하기로 하자.


건강검진 때 가끔 듣던 "스트레스 지수가 좀 높네요."라는 말을 이제 매일 눈으로 확인하겠다. 아니지. 이제 스트레스 관리 좀 해야지. 일단 심호흡부터! 들숨날숨. 후-----. 시시때때로 스트레스 지수를 확인하며 더 스트레스받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어머! 나 스트레스받고 있어 어떡해!"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는 게 아닌가 보다.


아침이 왔다. 새로운 해가 떴으니 다시 스트레스 지수를 확인해야지. 지루한 버퍼링 끝에 초록색이 반짝인다.


스트레스 지수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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