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척'

by pahadi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큼 나는 지독한 투덜이다. 투덜대지라도 않았면 아마 마음이 팡 터져버렸을 거다. 본질은 투덜이지만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사람을 꿈꾼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니까 얼핏 볼 때 유쾌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다. 사골국처럼 진득한 사이까지 속일 수는 없으니까.


글을 쓸 때나 그림을 그릴 때는 더 열심히 긍정적인 '척'을 한다. 내 안의 긍정의 힘을 모아 모아 쓰고 그린다. 혹 가식적이지 않나, 의뭉스러워 보이지는 않나 찝찝한 걱정이 들지만 가짜가 아니라 부풀리는 것뿐이니까 이 정도는 모두가 이해해주지 않을까. 그리고 이렇게 '척'하다 보면 나 스스로도 진짜 그런 사람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까.


몇 번 본 지인과 MBTI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가 INFP라고 하니 놀라며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 보이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심 기분이 좋다. 충분히 괜찮아 보인다는 칭찬의 의미로 들렸으니까. 이 정도면 성공적인 건가.


그날 저녁, 지나가는 데 모르는 사람이 나를 부른다. "어머님!" 어머님이라고? 내가 네 엄마라고? 무슨 소리지. 누가 봐도 이제 아줌마 티가 줄줄 나는 나를 부르는 대명사다. 한 때는 학생이었고 한 때는 아가씨 가끔은 저기요를 거쳐 이제는 누가 봐도 어머님인가 보다. 내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나? 옷 스타일을 좀 바꿔야 하나? 아이와 같이 있던 것도 아닌데. 아니 그 사람 너무 예의 없는 거 아니야?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폭풍처럼 쏟아진다.


남편에게 하소연하니 그 사람은 아무 생각 없었을 텐데 심각할 거 있냐고 되묻는다. 아줌마가 아니라 어머님이라고 불러줘서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 남편에게까지 불똥이 튄다. 역시 나는 아직 멀었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으니 이 바람과 분노를 담아 최대한 젊고 유쾌해 보이는 옷을 사야겠다. 스마일리가 그려진 맨투맨 티셔츠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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