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특별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또 은연중에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기대는 곧 여지없이 무너진다. 내 그럴 줄 알았지. 쯧쯧.
모두 내 맘 같지 않고 노력해온 시간들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느껴지는 날. 그냥 집에 갈 수 있나. 응급처치라도 해야지.
좋아하는 카페에 최애 케이크를 사러 간다. 따뜻한 커피도 한잔 사고! 거리는 멀지만, 날씨도 너무 춥지만 오늘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일단 좀 살고 봐야지.
띠링! 카페 문을 열자 은은한 종소리가 울린다. 따뜻한 조명 아래 서니 내가 있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반짝반짝 푸드박스에 군침도는 디저트들. 때 맞춰 흐르는 신나는 캐럴을 들으며 더블 바닐라 치즈 케이크 한 조각과 따뜻한 카페라테를 주문한다. 기분이 좀 나아진다.
오늘의 구호물품을 소중히 안고 주차해 놓은 차로 돌아간다. 출발하기 전 드디어 마스크를 벗고 커피 한 모금 넘기는데 고소함 대신 달디단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분명 카페라테를 시켰는데 바닐라 라테다. 역시 안 되는 날은 다 안 되는 건가.
울컥 서러움이 쏟아져 나오려는데 혀끝에 남은 바닐라 시럽이 꽤 달콤하다. 눈물이 쏙 들어간다. 잘못시킨 바닐라 라테가 쓴 입에 딱이다. 결국 모든 것은 정답으로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