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게으른 몸뚱이가 더 게을러진다. 아침에 일어나 따뜻한 이불을 박차고 나오는 게 망망대해를 거슬러 올라가는 일처럼 영영 불가능하게 느껴진다.(하지만 k 직장인은 이 일을 해낸다.) 몇 번의 알람을 연장하고 마지막까지 버티다 겨우 침대에서 일어난다.
일어나자마자 거실 보일러를 켜고 휴대폰을 열어 날씨를 확인한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는 비극적인 기사가 뜬다. 현관문을 나설 생각을 하니 짜증이 몰아친다.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부터 인생이란 무엇인가까지 아침부터 생존과 철학 사이를 오간다.
대자연에 맞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추위에 맞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끔찍한 아침이 끔찍한 하루가 될 수도 있으니까.
내복을 입는다. 그 위에 기모 바지를 입고 얇은 티셔츠를 덧입는다. 그리고 카디건을 껴입는다. 확실히 여며지도록 단추가 있는 카디건이 좋다. 두툼한 울 양말을 신는다. 가지고 있는 외투 중 가장 두껍고 따뜻한 걸 꺼낸다. 외투 모자를 둘러쓰고 마스크를 끼고 장갑으로 마무리하니 집을 나설 용기가 생긴다.
현관문을 열자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단단히 준비한 덕분에 오들오들 떨리는 추위는 면했다. 차가운 바람이 오히려 상쾌하게 느껴진다. 기분이 좋아져 씩씩하게 걸으려는데 켜켜이 겹쳐진 옷 때문에 움직임이 살지 않는다. 마음은 개선장군인데 몸은 미련한 곰 같아 큭큭큭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