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바디로션을 바르지 않는데 소매가 짧아지니 거칠거칠한 팔이 신경 쓰였다. 현관을 나서며 화장실 옆 선반에 놓인 아이의 바디로션을 퍽퍽 바르고 나왔더니 출근길 내내 아이 냄새가 폴폴 풍긴다.
원래 몸 단장에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아가씨 시절에는 향기만큼은 꽤 신경 썼었다. 향이 좋다는 제품은 두루 써보고 마음에 드는 향이 있으면 헤어 미스트, 바디로션, 향수를 통일해서 사용했다. 평소에는 은은한 플로랄 향이나 파우더리향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는 시트러스 향을 좋아했다.
지금 내 선반에는 화장품을 사고받은 샘플 향수 하나와 스스로도 좀 챙기고 살자며 친구가 선물해 준 향수 하나가 놓여있다. (화장대는 없앤 지 오래다.) 이마저도 좀처럼 닳지를 않는다. 아마 할머니가 될 때까지 쓸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를 낳고는 아이 분유 냄새가 내 냄새가 되었다. 아이가 자라면서는 어른과 아이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함께 쓴다. 주로 순한 무향이나 심신을 평온하게 해 준다는 라벤더 향이다. 내 몸 냄새를 큼큼 맡으면 아이와 같은 냄새가 난다. 예전 꽃향기가 그립기도 하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
우리는 3년 동안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매 순간 모든 것을 공유했다. 아이가 자라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아이에게도 엄마가 모르는 사생활이 생겼고 그 사이 나도 복직을 했다. 많은 것들이 빠르게 달라졌고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이 더 빠르게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언제까지 세상에 둘도 없는 우리일까. 불안한 마음이 들 때 킁킁 냄새를 맡는다. 다행이다. 아직 우리에겐 같은 냄새가 난다. 독립의 순간이 걱정되는 건 언제나 내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