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지니 아이스박스가 필요했다. 아이스박스를 구매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할 점은 실용성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음식을 차갑게 보관할 수 있는가. 유명하다는 제품을 검색했다. 지금 쓰고 있는 텀블러를 만든 회사 제품이 나왔다. 텀블러도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으니 이 브랜드의 아이스박스를 사도 괜찮을 것 같다. 짧은 검색, 신속한 결정. 귀찮아서지만 충분히 현명한 결정이다.
이제 디자인을 골라야 한다. 클래식한 디자인부터 콜라보 한정 디자인까지. 예전엔 같은 기능이라면 디자인 상관없이 가장 저렴한 물건을 골랐을 텐데 디자인을 따지고 있다니 나도 참 많이 컸다. 이럴 때 형편이 나아졌음을 느낀다. 10년 차 직장인이니 통장잔고도 늘었겠지만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물건을 고를 때 가격, 성능과 더불어 디자인도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예쁜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내 취향에 맞는 물건들로 채워진 공간은 진정한 힐링 스폿이다. 디자인을 따지면 구매가는 당연히 올라간다. 저렴할수록 좋지만 취향을 지키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우리 집을 채웠던 물건들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 오히려 스트레스였다. 쉽게 질려 먼지만 쌓여가다 결국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내가 부지런한 날엔 쓰레기통 행이 되었다. 그동안 사서 버린 물건들을 생각하면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조금 더 비싸게 주고 사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아니면 아무리 저렴해도 사지 않는다. 비싸게 사도 적게 사고 적게 버린다.
취향에 맞는 물건들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가끔은 쓸모가 없어도 상관없다. 낡아도 정이 든다. 마음에 드는 물건은 훨씬 오래 사용한다. 이것은 통장과 지구를 지키는 일이자 결국 나를 지키는 일이다. 물건 하나를 살 때마다 취향을 쌓아간다. 취향은 나를 나답게 만들어준다.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나를 말해주듯이 나를 둘러싼 물건들이 나의 취향을 정의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