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 엄청난 일

by pahadi






끄적끄적 메모를 즐겨하는 편인데 보통 무지, 줄 노트 대신 그리드 노트를 쓴다. 따박따박 줄에 맞춰 쓰자니 성격이 너무 급하고, 무지에 쓰자니 점점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글씨들이 눈에 거슬린다. 그리드 노트에 쓸 때면 크게 쓰고 싶으면 한 글자에 네 칸씩 큼직큼직하게, 작게 쓰고 싶은 날이면 칸칸이 속삭이듯 적는다. 칸은 있지만 굳이 맞춰 쓰지는 않는다. 문장들이 삐뚤어지지 않게 도와주는 가이드라인 정도로 생각한다. 칸이지만 왠지 줄보다 더 자유롭게 느껴진다. 적당한 자유와 규칙 그 사이. 그런 의미에서 칸 대신 점이 찍힌 도트 노트도 좋다.


이 사소한 것조차 내게 맞는 방법을 찾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많은 관심과 시행착오 끝에 내게 가장 잘 맞는 노트를 찾았다. 노트 하나가 별 거 아닐 수 있지만 불편하지 않으니 더 쉽게, 더 자주 메모한다. 그 메모에서 나의 인생 방향이 이 정해지고, 소소한 글과 그림도 나오니 엄청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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