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번째 글

by pahadi

브런치에 1000번째 글을 올렸다. 이런 날이 올지 몰랐다. 딱 글 100개만 올려보자고 시작한 일이었다. 글을 잘 쓰는 것도,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하고 싶어서 했다.


워낙 남의 눈에 띄는 걸 싫어하는터라 익명성에 기대지 않았다면 누군가에게 일기 같은 글과 그림을 선보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첫 글의 발행 버튼을 누르는데 얼마나 떨렸는지.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에 태어난 게 참 감사하다.


1000개의 글과 그림이 쌓이는 동안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거나 스스로 만족할만한 실력을 갖게 된 건 아니지만 최소한 더 나은 사람이 된 것만은 확실하다.


나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아는 만큼 덜 불안하고 더 침착해졌다. 내가 원하는 것에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렴풋하게나마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차곡차곡 정리된 공간에 타인을 위한 작은 여유도 생겼다.


안개 걷힌 쾌청한 바다에 먹구름이 몰려와도 다시 갤 거라는 걸 이제는 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지금의 맑고 푸른 바다를 즐기는 일이라는 것도.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쓴 건 2019년 7월 15일. 우리 집 첫 번째 자동차와의 이별 이야기를 썼다. 어색한 글과 서툰 그림이 다시 봐도 부끄럽지만 지울 생각은 없다. 그때의 최선이 그 글과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처음부터 잘하려고 했다면 지금도 머뭇거리고만 있었을 것이다. 아마추어가 당연히 아마추어다운 거지!


소소하게 내 글을 봐주시는 모든 분들, 그리고 형편없는 실력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쓰고 그려준 나. 모두에게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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