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휴가는 제주도에 가기로 했다. 아이가 돌 때쯤 제주도에 가보고 3년 만이다. 그 사이 코로나19에 몸을 사리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다. 아마 이 여행이 아아가 기억하는 첫 장거리 여행이 될지 모르겠다.
제주도에 갈 거라고 말해준 순간부터 아이는 비행기 타는 게 걱정이었나 보다. 출발하기 전날 밤 제주도에 가기 싫다는 아아를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 아빠 엄마가 지켜줄 거라는 약속과 함께 뽀로로 주스와 공룡 젤리를 단단히 준비해 공항으로 향했다.
씽씽 달리던 비행기가 두두두 떠올랐다. 자그매지는 건물들 위로 파란 하늘이 가까워졌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아이를 쳐다봤는데 웬걸 바깥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비행에 익숙해지자 아이는 설레며 궁금증을 쏟아냈다. 비행기는 어떻게 나냐는 원론적인 질문부터 언제 도착하냐는 현실적인 질문까지. 그런데 쉿! 조용히!
아이의 조용한 쫑알거림 사이로 건너편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직 돌도 안 지난 아기였다. 부모에게도, 아기에게도 쉽지 않은 첫 비행일터였다.
이 상황에 옆자리 청년은 단단히 화가 났다. 즐거운 휴가 시작에 초를 쳐도 단단히 쳤으니 그럴 수도 있지. 우리 아이의 입은 젤리로 꼭 틀어막았는데 건넛편 갓난아기는 방도가 없다.
드디어 긴긴 한 시간 비행이 끝났다. 청년은 씩씩거리며 서둘러 비행기를 나섰다. 미안하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구구절절이 설명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그럴 필요도 없는 일이다. 밥이나 먹으러 가야지.
미리 검색해 둔 공항 근처 맛집에 갔다. 우리 차례는 26번째. 여름 한낮, 굶주린 배로 기다리는 일은 갓난아기와의 비행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냥 갈까, 기다릴까 52번째 고민하고 있을 때쯤 다행히 우리 차례가 되었다.
식당 안의 시원한 공기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우리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안내받은 자리에 앉아 주문을 마치니 그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옆 테이블에서 음식을 기다리던 두 명의 청년은 우리 가족을 보고 한껏 인상을 찌푸렸다. 아이가 있는 게 못마땅한 모양이다. 물론 조용한 식사가 될 거라고 약속할 순 없지만 그래도 보자마자 대놓고 싫어할 건 뭐람. 결국 두 사람은 자리를 옮겼다. 차라리 잘 된 일인데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그동안 집에 있거나 놀러 가 봐야 아이들 위주인 곳으로 다녀서 이런 일이 익숙치 않은데 남녀노소가 함께 즐기는 곳은 어딜 가나 아이는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다. 남편은 다시 만나지 않을 사람들 때문에 속상해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이런 일이 내일도 있을 것만 같아 영 기분이 나지 않는다.
우리 모두 언젠가 이런 아이였잖아요. 이 시절 없이 어른이 된 사람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