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다른 사람들은 운 좋게 턱턱 잘만 되던데 나만 요 모양 요 꼴이다. 온 인생을 받쳐 최선을 다한 건 아닌데 왜 이리 억울한지 모르겠다. 가끔은 얻어걸리는 일이 있어도 되지 않나. 다른 사람들은 그러기도 한 것 같던데.
그렇게 세상 탓, 남 탓만 하다가 정신을 바짝 차린다. 뭐라도 하고 바래야지. 내가 열심히 최선을 다 한 적이 있나? 무언가 그럴싸한 걸 보여준 적이 있나? 다른 사람들이 얻어걸린 거라고 믿는 못된 심보는 뭐지? 누군가 이런 입바른 소리를 했다면 자존심을 내세우며 아니라고 빡빡 우겼을 테지만 죽비처럼 들려오는 내면의 소리에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되는 일이 없다고 하기엔 한 일이 너무 없다. 천 원어치를 해놓고 만원 어치를 바라니 말도 안 되지. 세상은 내가 제멋대로 뿌려놓은 구슬을 샅샅이 봐줄 만큼 한가하지 않다. 구슬을 잘 꿰어 목걸이를 만들고 그럴싸하게 포장해도 봐줄까 말까인데. 일단 잘 꿰어보자. 뭐라도 완성해보자고 스스로를 달랜다. 여기저기 찔끔대며 우왕좌왕하지 말고 끈덕지게 한 번 해보자. 냉수 떠놓고 비는 건 그다음이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주제를 잡고 글부터 쓰자. 한두 편 쓰는 거 말고 책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양의 글을 쓰자. 그걸 엮어 투고해보자. 누군가 '출판합시다'라고 말하길 기다리다가는 이번 생은 글렀을 거다. 투고를 해도 안 된다면 독립 출판을 하자. 내가 이러려고 부득부득 회사를 다니고 돈을 벌지 않았나. 어쨌든 출판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어머! 제가 언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나요? 그냥 내 이름 석자 박힌 책 한 권이면 충분합니다. 이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