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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hadi Feb 07. 2023

짧은 생각, 짧은 일기

매일 다니는 길에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고 출발했다. 휴대전화 직사각형 속에 갇혀있던 세상이 3D로 끝도 없이 이어진다. 이렇게 아름다운 동네였구나. 이렇게 파란 하늘이었구나. 시선을 달리 한 것뿐인데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풍경에 어울리게 나도 좀 멋진 사람이 된 것 같다.


어제보다 더 추운 날씨가 예상된다고 한다. 어제도 추웠는데 더 춥다니! 정말 나가고 싶지 않지만 혹독한 추위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생이 날 가만히 두지 않는다. 내복을 꺼내 입고 두툼한 울양말을 신는다. 카디건도 하나 더 껴 입고 내 것 중 가장 따뜻한 외투를 걸친다. 부츠를  신고 드디어 출발. 막상 나오니 이 따위 추위도 견딜만하네. 너무 겁을 낸 모양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날이다.


숫자는 나를 늘 불행하게 만든다. 내 통장에 찍힌 익숙한 숫자들. 체중계에 새겨진 낯선 숫자들. '좋아요' 옆에 작고 귀여운 숫자들. 너와 나의 차이에 점점 커져가는 숫자들. 알람 속에 숨겨진 가장 싫어하는 숫자들. 인생은 결코 더하기 빼기가 아닌데 왜 난 이 불행한 숫자들 곁을 떠나지 못하는 걸까. 역시 바보다. 그러니까, 나는 바보니까 이제 좀 숫자들은 잊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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