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상 위에 오래전부터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것은 돈키호테 나무 조각이다. 스페인 여행에서 사 온 것인데 돈키호테의 창이 부러질까 조심하며 가져온 기억이 난다. 돈키호테는 나에게 꿈을 상징하는 존재다. 돈키호테의 유명한 구절은 언제나 내 일기장의 첫 장을 채운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며
견뎌 낼 수 없는 고통을 견디고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따라.
우리는 모두 꿈을 꾼다. 현실 가능한 꿈을 꾼다. 그 현실이란 것은 내가 아니라 이 세상이 기준이 된다. 그건 내 꿈이 아니다. 이런 꿈은 재미없다. 현실과 타협하느라 꿈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이건 너무 큰 꿈이고 이건 너무 작은 꿈이라고 재고 따지는 사이 꿈은 폐기 처분됐다.
꿈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건설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찌 됐던 우리를 살아가게 하니까. 꿈을 잃은 돈키호테는 죽음을 맞이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꿈이다. 희망이다. 그것은 이룰 수 있는 꿈이어도 좋고 이룰 수 없는 꿈이어도 좋다. 그럴싸한 꿈이어도 좋고 허무맹랑한 꿈이어도 좋다. 우리를 살게 하는 건 바로 '나'의 꿈이다. 현실 가능한 꿈이 아니라 나를 설레게 하는 재미있는 꿈이다.
로또를 사도 괜찮고 쇼핑을 해도 괜찮다. 그것이 꿈을 준다면, 희망을 준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설레는 일을 만들어야 한다. 하나의 꿈이 사라져도 쓰러지지 않게 많은 꿈을 꿔야 한다.
유명한 전국 빵집을 다 가보고 싶고, 제주도 한 달 살기도 해보고 싶고, 매월 부은 적금을 한 번에 흥청망청 써보고 싶고, 오로라도 보러 가고 싶고, 내 이름으로 된 아파트도 가져보고 싶고, 언젠가는 일하는 것보다 더 많이 벌어보고 싶다. 영화에 나오는 로맨스도 꿈꿔보고 억만장자가 되는 상상도 해본다. 꿈꾸는 일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꿈을 현실과 연결 지을 필요 없다. 그냥 자유롭게 꿈꾸는 것만으로 삶은 충분히 생생해진다.
오늘도 돈키호테 조각을 보며 위로를 얻는다. 무엇이든 꿈꿔도 된다고. 뭐든 괜찮다고. 너는 할 수 있어가 아니라 그냥 꿈은 너의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