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녔던 고등학교 앞에는 분식 골목이 있었다. 오밀조밀 분식집들이 모여있는 그곳에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듯 매일 출석도장을 찍었다. 참치 주먹밥, 김치 가락국수, 쫄순이, 새우 볶음밥, 튀김... 맛있는 음식이 참 많았다.
잊고 지내던 그곳이 SNS 붐을 타고 어느새 전국 유명 맛집이 되어 있었다. 불현듯 일상으로 추억이 덮쳐왔다. 우리만 아는 아지트는 기억 속 저먼 곳으로 사라지고 줄 서야 먹을 수 있는 유명한 맛집만 남아있었지만 꼭 다시 가보고 싶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그곳은 식탁과 의자 빼고 모든 것이 달라져있었다. 교복을 입고 쉴 새 없이 재잘거리던 나는 어느새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아이의 입에 음식을 나르느라 바빴고 중년이던 주인 부부는 예순을 훌쩍 넘기셨다. 주인아주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가끔 문을 못 열 때도 있다고 하셨다. 새삼 세월의 흐름을 느끼고 나니 가슴 한편이 시큰하다.
분식집 너머로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가 보였다. 그래 고 2 때 담임 선생님께서 정년퇴임을 앞두고 계셨으니 이제 팔순이 넘으셨겠구나. 건강은 어떠시려나. 호되게 혼나기도 했고 잘 되라고 쓴소리도 아끼지 않으셨는데. 사느라 바빠서 돌아보지 않았던 내 발자국들의 무게가 느껴진다.
내 삶에 스며있는 그 순간들을 잊고 살았구나. 낯설고 아련한 그 순간들. 모든 것이 변했는데 다들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한 이들의 얼굴이 몽실몽실 떠오른다.